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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트럼프 '바이러스 리더십'의 결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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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병 지역은 중국이지만, 대유행의 최대 피해국은 미국이다. 700만 명 이상이 확진판정을 받았고, 21만 명이 사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역 기초인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큰 소리만 치다 확진자로 판명되어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는 퇴원하며 '바이러스를 이겼다'고 주장했지만 세계 최강국의 헝클어진 리더십의 모습을 보게 된다. 11월 3일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트럼프의 이미지는 '노 마스크 낙선 대통령'이 아닐까.

1970년대 워터게이트사건을 파헤쳐 닉슨 대통령을 사임에 이르게 했던 워싱턴포스트의 탐사 저널리스트 밥 우드워드가 지난 9월15일 출판한 책 '격노(Rage)'가 미국과 전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격노'는 발행 후 일주일 만에 60만권이 팔린 베스트셀러다.

올해 77세 나이로 지난 50년 동안 워싱턴포스트에 글을 써온 우드워드는 닉슨 대통령을 포함 9명의 대통령을 취재한 전설적인 기자로 20권의 책을 썼고 두 번에 걸쳐 퓰리처상을 받았다. 우두워드는 트럼프 대통령을 17회에 걸쳐 인터뷰했으며 이 책을 쓰려고 올해만 14회 만났다. '격노'는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 미·중 무역전쟁,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등에 대한 트럼프의 의사결정의 행태와 과정을 상세히 파헤친 책이다.

'격노'는 트럼프 대통령에 초점을 맞춘 책이지만, 한 나라 최고 정치지도자의 통찰력, 일관성, 국가를 위한 수수한 정신상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곱씹어 보게 한다. 책의 서문은 지금 미국을 위기로 몰아넣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대한 트럼프의 대응 과정을 담았다.

올해 1월 28일 오후 백악관에선 '대통령 일일 브리핑(PDB/President's Daily Brief)'이 열렸다. PDB는 대통령이 중대한 현안 이슈를 놓고 관련 참모들로부터 정보 보고를 받고 대응책을 논의하는 최고 비밀회의다. 그날 브리핑의 주제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알 수 없는 괴질', 즉 나중에 'Covid19'로 이름 붙여진 신종코로나바이러스였다. 대통령 국가안보회의(NSC) 특별보좌관 로버트 오브라이언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언했다. "이건 대통령이 임기 중 직면하게 될 가장 큰 국가안보 위협이 될 것입니다."

트럼프가 PDB의 정보 브리핑 담당 베스 새너에게 상황 설명을 요구했다. 그녀의 대답 요지는 이랬다. '중국이 우려하고 있고 정보기관들이 면밀히 상황을 탐지하고 있다. 하지만 2003년의 사스(SARS)보다 심각한 것 같지는 않다.'

그러자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바이러스 사태의 위험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국제문제 협상 변호사로서 트럼프의 4번째 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바이러스 사태가 긴급한 재난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상원 탄핵재판에 회부되어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대통령에게 바이러스사태에 대한 경종을 울려주는 게 안보보좌관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저도 그 의견에 동감합니다." 집무실 뒤편에 앉아 있던 매튜 포틴저 국가안보회의 부 보좌관이 오브라이언을 거들고 나왔다. 포틴저는 트럼프 백악관의 초반에 합류한 중국통으로 트럼프도 신뢰하는 사람이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 특파원으로 6년간 중국을 취재했고 2003년 사스 사태 때 중국의 대응 행태를 몸소 체험했다.

포틴저는 우한 바이러스에 대한 첩보를 일찍 입수했다. 백악관 브리핑이 있기 며칠 전 그는 중국과 홍콩에 박아놓은 과학자와 의사 등 소식통을 동원해서 바이러스 정보를 수집했다. 전문가들이 놀라운 정보를 알려줬다. 그들은 중국정부의 축소 보도와는 달리 우한 바이러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5000만 명의 인명을 앗아간 1918년 스페인 독감을 생각하라고 귀띔했다. 당시 미국인 희생자는 65만 명이었다.

중국에서 온 정보에서 쇼킹한 것은 바이러스가 동물에 의해서만 아니라 사람 간 전염이 가능하며 감염자 50%가 무증상이라는 사실이었다. 중국 정부가 인구 1100만 명의 우한시를 봉쇄했지만 중국에서 해외로 나가는 여행을 막지 않았다. 그날 브리핑에서 포틴저는 이와 같은 정황을 설명하고 미국에 이미 바이러스가 퍼졌을지 모른다고 그 심각성을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물었다. "어떻게 해야 되나?"
"중국에서 미국으로의 여행을 모두 봉쇄해야 합니다" 포틴저가 대답했다.

그로부터 3일 후인 1월 31일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각료들의 반대에도 중국여행 금지조치를 내렸다. 적절한 조치였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백악관의 대응은 PDB에 감돌던 긴박한 분위기와는 달리 기민하지 못했고 엇박자를 냈다. 트럼프의 관심은 상원의 탄핵재판 등 다른 일에 가 있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국제협정에 의거하여 중국에 전문가를 파견하여 바이러스 샘플을 구하려 했지만, 이미 중국은 차단벽을 치고 미국 보건당국의 협조 요청을 거절했다. 이런 와중에도 트럼프는 "중국과 협조가 잘되고 있다" "우려스럽지만 아직 괜찮다"는 트위터 문자를 내보냈다.

2월 4일 트럼프의 의회 연두교서는 국민 3억명에게 바이러스의 중대성을 알릴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트럼프는 바이러스 문제를 짧게 언급했을 뿐이었다. 우드워드가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묻자 트럼프는 바이러스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줄이는 것이 그의 의도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바이러스에 대한 트럼프의 대응은 그의 본성, 습관, 그리고 대통령 취임 첫해에 몸에 밴 스타일을 반영한다는 게 우드워드의 결론이다. 우드워드는 "1월 28일 백악관 안보보좌관들이 바이러스가 국가안보의 위협이라고 경고했을 때 대통령의 '리더십 시계'를 다시 맞춰놓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닉슨에서 트럼프까지 9명의 대통령을 50년간에 걸쳐 취재했던 우두워드는 모든 대통령의 의무는 "국민에게 알려주고, 경고하고, 보호해주는 것이며, 목표와 진정한 국가이익을 정의해주는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적 충동을 통치 기본으로 삼았다"고 꼬집었다.

우드워드는 '격노' 책의 마지만 문장을 이렇게 끝내고 있다. "대통령으로서 트럼프의 실적을 전체적으로 관찰해보면 그는 대통령 직책에 부적절한 사람이다."

3월 인터뷰에서 우드워드가 "앞으로 8~10개월 동안 계획이 무엇인가"라고 묻자, 트럼프는 "나라를 운영할 때면 깜짝 놀랄 일이 가득하다. 모든 문 뒤에 다이너마이트가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직면하는 상황을 잘 파악한 듯한 대답이었지만 '바이러스가 다이너마이트'란 걸 트럼프는 감지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트럼프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미국은 국가 품격이 한 단계 평가절하된 나라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뉴스1 고문>

(서울=뉴스1)  gateksw@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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