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이자 원조격의 온라인 중고거래 사기조직이 7년 만에 덜미를 잡혔다.

일명 ‘얼굴 없는 그놈’으로 알려진 사기 일당에게 당한 피해자만 5000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지방경찰청은 2014년부터 올해까지 온라인 중고거래 사기를 벌이고 피해자를 협박해 온 조직의 A씨(38)를 비롯해 총책 3명과 조직원까지 40명을 특정하고 이 중 30명을 검거했다.

검거된 피의자들 중 14명은 지난 8월18일부터 10월16일까지 구속 송치됐으며 일부는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피의자 10명은 인터폴 적색 수배 중이다.

이들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특정재산범죄의 가중처벌), 형법 제114조(범죄단체 등의 조직), 범죄수익은닉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다. 또 협박과 업무방해죄도 적용됐다.

이들은 2014년 7월31일부터 올해 1월18일까지 피해자 5092명을 상대로 휴대폰, 카메라 등을 판매한다고 속여 구매대금 49억여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최초 범행을 시작한 시점과 범행 수법 등을 보아 온라인 중고거래 사기조직의 원조격으로 보고 있다.

사장단 3명과 조직원 모집책 1명, 통장 모집책 4명, 판매책 32명 등 총 40여 명으로 구성된 이 조직은 필리핀에 사무실을 두고 활동해왔다.

판매책은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와 카페, 블로그 등에서 판매글을 올리고 구매거래가 이뤄지도록 하는 업무를 맡았다.

이들이 올린 거래물품은 휴대폰이 34.4%로 가장 많았으며 4만5000원 상당의 스피커부터 3100여 만원의 상품권 등 다양했다. 카메라, 컴퓨터, 전자제품, 골드바, 명품시계 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포털사이트에 등록한 가짜 매장 정보와 위조 사업자등록증, 위조된 명함, 위조 택배영수증 등을 보여주며 신뢰를 얻어 구매를 유도했다.

피해자 중 일부는 실제 물품이 택배로 전송된 것으로 속아 추가 물품을 구매하기도 했다.

피의자들은 사기 수익금이 여러 단계의 세탁 과정을 거치도록 철저함을 보였다.

피해자가 입금한 구매대금은 재택 아르바이트생의 통장으로 입금된 뒤 세탁 과정을 거쳐 다시 가상화폐 지갑으로 입금됐다. 이는 다시 다수의 가상화폐 지갑으로 분산됐다가 최종적으로 해외거래소를 통해 피의자에게 전송됐다.

이 과정에서 재택 아르바이트생들은 오픈마켓 관리업무로 속아 피의자들이 시키는 대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의자들은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잔인함을 보이기도 했다.

아르바이트 월급을 모은 쌈짓돈 또는 부모님 효도여행을 위해 모은 비용, 자녀의 대학교 합격 선물 비용 등을 사기당한 피해자들에게 돌아온 건 협박과 조롱이었다.

특히 물품 또는 구매대금을 돌려줄 것을 강력하게 항의하거나 사기 예방 카페에서 활동하는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테러가 이뤄졌다.

피의자들은 피해자들의 전화번호를 공개해 무분별하게 전화가 오도록 유도하거나 10만원 이상의 음식을 주거지로 배달하는 테러를 가했다. 또 각종 협박과 조롱도 이어졌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지난해 1월 첩보 등을 통해 사건을 인지한 뒤 2년 가까이 끈질긴 추적 끝에 사기 일당을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21일 제주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오규식 사이버수사대장은 “서민을 울리는 악덕 범행으로 보고 고난이도 추적 활동 끝에 사기조직을 일망타진하게 됐다”며 “해외 도주 중인 공범과 범죄수익금을 끝까지 추적해 검거·회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사기조직은 앞서 지난 1월18일 SBS ‘그것이알고싶다’에서 ‘사기의 재구성-얼굴 없는 그놈을 잡아라’편으로 방영돼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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