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일요일인 25일 오전 중국 자본 논란이 있는 송악산에서 야외 기자회견을 연 것은 최근 대권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 지사는 이날 '청정제주 송악선언'이라고 명칭한 선언문에서 송악산 유원지, 오라관광단지, 동물테마파크, 녹지국제병원 등 논란이 되는 개발사업을 차례로 열거하며 청정과 공존을 전제로 한 난개발 정책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날 회견 장소로 택한 송악산은 대표적인 관광지이자 중국자본이 뉴오션타운이라는 대규모 유원지 조성을 계획해 논란이 거듭되는 지역이다.

특히 1945년초 일본군이 연합군 공격에 대비, 송악산 해안절벽에 너비 3~4m, 길이 20m에 이르는 인공동굴 15개를 뚫어 방어진지를 구축한 아픔을 지녔기도 하다.

원 지사는 이날 회견에서 "이곳은 산방산, 한라산, 가파도 등이 보이는 제주의 아름다운 경관을 대표하는 명소이자 송악산 유원지 개발사업은 오랜 논란과 외국인 투자의 상징이기도 하다"며 "제주 환경보전이 가장 뜨겁게 오래 문제된 상징적인 곳이라고 설명했다.

뉴오션타운은 지난 4월 도의회가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않아 사업이 표류된 상태다. 원 지사는 경관사유화, 문화재 보호 방안, 환경훼손 최소화 등 충분한 문제 해소 방안이 없다면 사업을 원점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또 다른 개발사업인 동물테마파크 역시 "맹수 사욕에 근본적 문제의식을 갖고 생태계 교란, 인수공통감염병 전파 가능성 등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현재 논란이 되는 사업들은 이미 지난 도정에서 시작됐으며 2014년 첫 도지사 취임 이후 자신이 난개발 차단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고 실제 성과는 어느 정도였는지도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회견 장소는 관광객이 붐비는 휴일 오전 여러 상징성이 있는 송악산이었고 기존 정책 기조를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쳐 내용면에서도 다소 뜬금없다는 지적도 있다.

원 지사는 난개발 억제 선언을 담보할 법적·제도적인 장치나 사안별 구체적인 결정에는 사업자와의 법정소송 등을 이유로 말을 아꼈다.

원 지사는 "오늘은 원칙을 선언하는 것이고 구체적인 방향은 유추해 달라"며 "도민들의 우려와 국민들의 오해를 깨끗이 씻어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조금만 시간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했다.

난개발 논란이 가장 극심한 제주 제2공항 사업은 이날 회견에서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제2공항은 국토부와 도의회가 주민의견을 수렴하려는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제2공항에 따른 환경문제는 별도 보호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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