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회사는 제주, 그리고 자연, 직원을 가장 중요시하는 회사예요.”

입사하기도 전에 본인이 가고 싶은 회사를 ‘저희 회사’라고 부르며 소개하는 청년들이 있다. 제주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 참여한 기업 담당자 대신 직접 해당 기업을 소개하는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들이 바로 그들이다.

23일 오후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J-스페이스에서 열린 ‘잡수다(JOB-SUDA) 취업박람회’는 첫 행사임에도 도내 대학생 100여명의 취업을 향한 열기로 뜨거웠다.

이날 박람회에는 도내 공기업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를 비롯해 DK서비스, 비비트리, 아트피큐, 플렉싱크, 인포마인드, 제키스, 헬리오스, 한국품질재단, UCL, 하나투어제주, 대한뷰티산업진흥원, 두잉 등 총 12개 기업이 참여했다.
 

기존 취업박람회와는 달리 부스가 없는 박람회에서 취준생들은 본인이 희망하는 기업 인사 담당자가 있는 둥근 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여 머리를 맞댔다.

평소 마음에 품고 있던 회사에 대한 이미지, 취업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은 학생들은 ‘취업 멘토’인 기업 관계자들로부터 궁금증을 해소하고 기업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들었다.

기업의 창립부터 시작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 어떤 복지혜택이 있는지 등 40여분간 진행된 대화에서 멘토들은 열을 올리며 기업을 소개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다음 차례는 취준생 개개인이 모든 참가자들 앞에 나서서 멘토의 회사를 소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발표를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해 기업과 취준생이 한 팀이 되어 눈을 맞추고 손짓 발짓을 해가며 대화를 나눴다.
 

긴장된 표정으로 발표에 나선 김근호씨(26·제주대)는 제주신화를 기반으로 문화콘텐츠 상품을 만드는 창업초기 기업 두잉에 대해 소개했다.

김씨는 “두잉 대표님은 제주신화에 대해 엄청 관심이 많은 분이다. 신화에 대해 말할 때 행복해지는 걸 느꼈다”며 “신화가 담긴 상품을 통해 제주 아이들에게 도민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진취적이고 열정적인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대한뷰티산업진흥원(KBIDI) 소개에 나선 강범용씨(31·한국폴리텍대학 제주캠퍼스)는 “저희 대표님은 제주를 리틀 프로방스로 꾸미고 싶다는 목적으로 제주 오셨다. 짧은 시간 안에 큰 회사로 만드셨다”며 “저희 회사는 제주, 그리고 자연, 직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라고 말했다.

인포마인드 소개에 나선 김보람씨(24·여·제주대)는 “인포마인드는 제주 IT기업의 모태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하면 감이 안 잡힐 테니 예를 들어보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씨는 “요즘 전기자동차를 타는 추세이지 않느냐. 전기자동차 충전기 제작 기술이 있는 곳이 전국에 딱 두 곳 있는데 그중 한 곳이 인포마인드”라며 “앞으로 전국적, 세계적으로 나아갈 기업이니 관심이 있으면 지원하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쑥스러움에 작은 목소리로 발표를 한 학생들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멘토와 팀원들이 ‘화이팅’이라고 외치며 힘을 돋워줬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거꾸로 취업박람회’는 마무리 됐다.
 

이날 박람회에 참가한 이소현씨(22·여·제주대)는 “기업 담당자를 따로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기회가 없는데 질문을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친구들에게도 이런 자리가 있다는 걸 소개하고 다음에 또 기회가 있다면 참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거꾸로 박람회가 즐거웠던 건 구직자들만이 아니었다. 참여한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행사가 끝나고도 바로 자리를 뜨지 않고 명함을 나눠주며 궁금한 점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당부했다.

하나투어제주 이재훈 팀장(34)은 “갑갑한 부스에서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는 취업박람회가 아니라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자리라서 의미가 있었다”며 “이런 자리가 있다는 게 인사 담당자 입장에서도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잡수다 취업박람회를 마련한 전정환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은 “제주지역 청년들과 기업들이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를 더욱 근본적으로 접근하고 자발적인 취업 생태계 환경을 조성하는 데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 참여자와 참여기업의 지속적인 사후관리를 통해 취업과 고용이 연계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잡수다 취업박람회는 앞으로 매달 진행될 예정이다. 박람회 외에도 초청 특강, 청년들의 3인3색 토크, 초청 공연 등도 진행된다.

잡수다(JOB-SUDA)는 특별한 프로그램(Special)과 유용한 정보(Useful)들로 알차게 구성해 청년들이 꿈(Dream)을 갖고 행동(Action)으로 옮길 수 있게 한다는 의미에 더해 커뮤니케이션을 의미하는 ‘수다’와 제주어 ‘~수다’를 결합한 명칭이다.
 

저작권자 © 뉴스1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