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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트럼프와 ‘매케인의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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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흥미로운 작은 에피소드가 있다. 그건 애리조나주 개표에서 트럼프가 밀리자 ‘매케인의 복수’라는 말이 회자된다는 사실이다.

이번 선거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가 한국 사람들을 포함한 지구촌의 관심사였던 것 같다. 이번 선거의 개표 과정에서 미국 언론이 집중 조명을 받은 것이 미국 50개 주 중에서 인구로 중간 크기인 애리조나주였다. 전통적 공화당 텃밭 애리조나에서 트럼프의 패색이 짙어지자 미국 방송들의 보도가 일제히 트럼프의 선거 패배에 무게를 실었다. 간접 선거 방식의 미국 대통령 선거의 특수성에서 비롯된 일이다.

이 와중에 언론들은 ‘매케인의 복수’라는 표현을 꺼내기 시작했다. 2년 전 사망한 애리조나주 출신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유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복수를 했다는 뜻이다. 동양식으로 얘기하면 ‘죽은 공명이 산 사마의를 쫓아냈다’는 삼국지식 해석이다.

존 매케인은 애리조나주에서 하원의원 2선, 상원의원 6선을 지냈고 2008년 공화당 대통령후보로 나서기까지 했던 정치 거물로 애리조나 사람들의 존경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지난 9월부터 미망인 신디 매케인을 비롯한 매케인 유가족들이 같은 당 출신인 트럼프에 등을 돌리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이게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지 모르나 근소한 표차로 트럼프가 깨졌고, 이에 트럼프 캠프에서는 신디 매케인을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매케인 유가족이 척지게 된 배경은 2016년 트럼프가 공화당 대통령 예비선거전에서 반목을 드러내면서부터다. 정책노선과 관련해서 트럼프가 “기후변화는 사기극” “이라크 전쟁은 미국의 실수”라고 말하자 매케인이 발끈하고 “트럼프는 대통령에 적합하지 않다. 그가 선거에 이기면 미국과 미국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질 것이다”며 비판했다. 트럼프는 공화당 동지이자 전쟁영웅인 매케인을 향해 “포로가 무슨 영웅이냐”고 깎아내려서 미국에서 큰 화제가 됐다.

매케인은 베트남 전쟁 포로였다. 1967년 미 해군 조종사였던 매케인은 하노이 폭격 임무를 수행하다가 미사일에 비행기가 격추되어 포로가 됐다. 포로 생활 중 매케인 아버지가 미국 태평양군 사령관이 되자 베트남은 선전용으로 쓰기 위해 매케인에게 석방을 제안했다. 그러나 매케인은 포로규범을 거론하며 먼저 붙잡힌 동료보다 먼저 석방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거절했다. 그는 5년간 포로생활을 한 후 송환됐고, 미국인들은 매케인을 전쟁 영웅으로 여겼다.

매케인과 트럼프는 살아온 길, 인생관, 성품이 전혀 다른 사람들로서 정치 세계에서 만났고 부딪쳤다. 해군 출신 가족으로 평생 성조기에 경례하며 살았던 매케인과, 월남전 기피 의혹을 남겼고 부동산 재벌로 돈을 생각했던 트럼프는 달라도 너무 달랐지만, 하늘은 권력의 옥새를 트럼프에게 선사했다.

매케인은 2018년 뇌종양으로 사망했고 그의 장례식은 마치 국장처럼 치러졌다. 매케인은 유언을 통해 빌 클린턴, 조지 부시, 버락 오바마 등 전직 대통령을 자신의 장례식에 초대했고, 부시와 오바마에게 추도연설을 부탁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초대하지 않았다. 거의 모든 정치인들과 함께 트럼프 백악관의 부통령과 비서실장 등 고위 참모, 딸 이방카 부부도 매케인 장례식에 참석한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혼자 골프장을 돌았다고 한다.

지난 50년간 9명의 대통령을 취재했던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기자는 최근 쓴 책 ‘격노’에서 트럼프와 인터뷰한 내용 한 토막을 소개한다. 백인경찰의 잔혹행위로 사망한 조지 프로이트 사망사건에 대해 우드워드는 이런 질문을 여러 번 던진다. “당신(트럼프)이나 나(우드워드)는 백인으로서 특전을 갖고 있다. 대통령으로서 흑인의 처지를 가슴으로 생각해봤느냐?” 트럼프의 대답은 똑같았다. “나는 링컨 대통령을 제외하면 흑인들을 위해 가장 큰 일을 한 대통령이다.” 우드워드 기자는 이 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적 충동을 통치 기본 바탕에 깔았다고 지적하고 “대통령 직책에 부적절한 사람이다"라고 평가했다.

트럼프와 매케인의 악연은 미국의 권력 세계에서 일어나는 아주 사소한 부분일지 모르지만, 자신만을 위해 진정성도 객관성도 무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 인간 내면을 말해주는 것 같다. <뉴스1 고문>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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