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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플라스틱의 역습⑤]바다에서 플라스틱 줍는 청년들
  •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승인 2020.11.14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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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눈으로 구별하기조차 힘든 미세플라스틱이 생태계 곳곳은 물론이고 인간이 먹는 음식과 물에도 침투하고 있다. 그러나 미세플라스틱은 그 개념조차 아직은 모호할 정도로 연구가 부족해 각별한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뉴스1제주본부는 다양한 국내외 연구 사례를 통해 5차례에 걸쳐 미세플라스틱이란 무엇인지, 미세플라스틱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세계 각국에선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리고 현장의 목소리 등을 소개한다.
 

지난 4일 밤 제주 이호테우해수욕장 인근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는 '디프다 제주' 팀원들.2020.11.14/뉴스1© News1 홍수영 기자

“여기 쓰레기 정말 많아요. 이리 와보세요.”

지난 4일 늦은 밤 제주 이호테우해수욕장 인근. 인적도 없는 이호해변길 아래에서 작은 불빛들이 바삐 움직였다.

쓰레기가 있다는 소리에 머리에 램프를 단 청년들이 모여들었다. 각자 장갑 낀 손에 든 집게로 쓰레기들을 자루에 담았다. 자루 안에는 언제 버려졌는지 모를 페트병과 비닐들이 가득했다.

이내 다시 흩어진 청년들은 바위 구석구석을 살폈다. 깊은 바위 틈새 사이로 담배꽁초라도 하나 보이면 젖은 바닥에도 몸을 대고 누워 손을 뻗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컴컴한 밤에 작은 불빛에 의존해 쓰레기를 한참 줍던 이들은 자루가 꽉 찬 후에야 멈췄다.

이들은 다이빙 그룹 ‘디프다(Diphda) 제주’의 청년들이다.

20~30대 청년 8명이 모인 ‘디프다 제주’는 해양환경을 지키는 작은 실천 운동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바다가 좋아, 프리다이빙이 좋아 만난 사이였다.

그런데 푸른 바다를 상상하고 들어간 제주 바닷속은 생각과 많이 달랐다. 눈앞에 떠다니는 쓰레기들을 모른 척할 수 없었다.

◇바다가 좋아 시작한 다이빙, ‘봉그깅’으로 이어져
 

'디프다 제주' 팀원이 제주 앞바다에서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디프다 제주 제공)2020.11.14/뉴스1© News1

다이빙하는 김에, 모인 김에 하자고 시작한 쓰레기 줍기는 어느새 주요 활동이 되었다.

이들은 환경정화 활동에 ‘봉그깅’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운동인 플로깅(Plogging)과 ‘줍다’의 제주어인 ‘봉그다’를 결합한 말이다.

많게는 일주일에 세 번씩 모여 봉그깅을 한다. 주중에는 퇴근 후 제주시 주변의 해안가를 돌고 주말에는 제주도내 곳곳 바다를 찾는다.

디프다 제주의 팀장인 변수빈씨는 “다같이 프리다이빙을 배우며 강사님으로부터 환경을 지키면서 다이빙을 하는 ‘그린다이빙’을 알게 됐다”며 “서로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니 자연스럽게 봉그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디프다 제주 청년들은 바다에 들어갈 때마다 매년 달라지는 풍경을 보며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플라스틱 생수병, 테이크아웃 컵, 라면 봉지, 담배 등 일상 쓰레기부터 드론, 냉장고, 폐기름을 담은 통까지 예상 밖의 쓰레기까지 바다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팀원 신진혁씨는 “처음 다이빙을 시작할 때만 해도 쥐치, 돌돔, 문어를 쉽게 볼 수 있었다”며 “최근 몇 년 사이 제주본섬 앞바다는 백화현상, 사막화 현상이 심화된 게 느껴진다. 폐어구가 가장 많고 스티로폼도 정말 많이 보인다”고 밝혔다.

◇수거도 어려운 바닷속 미세플라스틱
디프다 제주 팀원들은 스티로폼과 같이 잘게 부서지는 플라스틱은 수거조차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플라스틱 생수병 등 안에 담긴 모래들은 검게 썩어 악취가 풍긴다고 한다.

특히 국경 없이 떠도는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상상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디프다 제주' 팀원이 제주 앞바다에서 수거한 쓰레기안에서 검게 썩은 흙을 가리키고 있다.(디프다 제주 제공)2020.11.14/뉴스1© News1

변수빈씨는 “지난해 한담 앞바다에서 미세플라스틱이 한곳에 뭉쳐 떠다니는 걸 본 적 있다”며 “그 부분만 젤리처럼 걸죽하고 악취가 심했다”고 말했다.

또 “올해 특히 해양쓰레기가 부쩍 늘었다. 비가 오면 건천에 쌓였던 쓰레기들이 바다로 흘러들어왔다”며 “그나마 물 위에 뜨는 건 주울 수라도 있지만 바다 밑에 가라앉는 건 시간이 지날수록 찾기 어려워진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비쳤다.

이어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에는 소라가 들어가 살기도 하고 바다생물이 붙어 자라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며 “이런 미세플라스틱은 오염물질을 흡착해 해양오염을 더 심각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장소 선정부터 쓰레기 수거 후 처리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지만 이들이 ‘봉그깅’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플라스틱 대체 제품 생산·소비하는 세상 오길”
 

'디프다 제주' 팀원이 제주 앞바다에서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디프다 제주 제공)2020.11.14/뉴스1© News1

취미처럼 시작한 활동이지만 이들의 일상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팀원 김혜진씨는 “주변 친구들도 바뀌기 시작했다. 함께 캠핑을 다니는데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 수저, 텀블러 등을 사용하고 있다”며 “모두 쓰레기 줄이기 필요성에 공감은 하지만 실천하지 못할 때 옆에서 쿡 찔러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팀원 고은지씨는 해안가에서 봉그깅에 참여하다 더 많은 쓰레기를 줍고 싶어져 다이빙을 배우기까지 했다.

디프다 제주는 선한 영향력의 힘을 믿는다.

변수빈씨는 “앞으로 아이들은 플라스틱 모래를 갖고 놀고 쓰레기 바다를 보며 살 수도 있다”며 “더 늦기 전에 처음부터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 주체인 어른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환경교육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또 “강압적으로 환경을 생각하라고 하면 반감만 생긴다. 우리가 먼저 환경에 좋은 물품을 써보고 좋다고 홍보하는 게 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본다”며 “다만 정부에서는 강력한 환경정책을 추진했으면 한다”고 바람을 밝혔다.

* 이 기획기사는 제주연구원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등에서 제공한 자료들을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gw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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