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고객님, 아까 연락드렸던 B금융 C팀장입니다. 조건상 오늘 진행이 어려우셔서 내일 진행을 도와드릴게요.”

“대출 승인이 안 된건가요?”

“승인은 났는데 이 상품이 경쟁이 심하다 보니 하루 인원 제한이 있어요. 내일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다음 날 A씨는 C팀장의 연락을 다시 받았다.

“고객님, 심사 요청해드리려고 연락드렸습니다. 인증번호 6자리 문자로 보냈습니다. (중략)확인되셨고요. 모바일 신청서 전자서명은 필요하니까 꼭 유지하시고요. 다른 대출 받으시면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어요. 광고문자 받으셔도 절대 진행하시면 안 됩니다.”

전화를 끊은 A씨는 무사히 저금리 대출을 받았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그러나 평범한 대출상담과 같던 이 통화가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시간이 더 지나서였다.

최근 제주에서는 저금리 대출을 미끼로 한 보이스피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20일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제주 보이스피싱 사건은 10월 기준 총 355건 발생해 63억여 원의 재산피해로 이어졌다. 건별 평균 피해액은 1760만원에 달한다.

이 중 88%는 대출사기형 사건이었다. 나머지 12%는 기관사칭형이다.

피해자는 평소 금융거래가 활발한 40~50대, 회사원 및 자영업자에 70%가량 집중됐다. 기존 금융대출이 있는 경우가 많아 저금리 대환대출 미끼에 더 쉽게 현혹된 것이다.

피해자 연령대를 보면 40대가 39.2%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50대(29%), 30대(13.2%), 20대 이하(10.4%), 60대(7.4%), 70대 이상(0.8%) 순이다.

금융기관 등을 사칭해 계좌이체를 유도했던 과거와 달리 보이스피싱 범행방법이 다양해지면서 피해도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인들은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피해자를 현혹한 뒤 대출신청서 작성 앱을 가장한 악성코드를 전송하고 이를 통해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빼냈다.

휴대전화에 악성코드가 설치된 뒤에는 시중 은행이나 금융감독원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모두 범인들에게 연결되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빠져나갈 방법은 없었다.

범인들은 피해자들에게 직접 현금을 전달받거나 악성코드를 통한 원격조정 이체 등으로 돈을 편취했다.

또 대출 심사절차를 밟는 것처럼 속인 뒤 기존 대출의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해 대출금을 즉시 상환하지 않으면 계약 위반이라고 피해자들을 압박해 돈을 뜯어내기도 했다.

지난 9월24일 발족한 제주지방경찰청 ‘전화금융사기 전담수사팀’은 보이스피싱 조직 현금수거책 5명을 검거해 구속하는 등 수사역량을 모으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제주도민 모두가 최신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을 알고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도민들의 경제적·사회적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1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