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나흘 연속 300명대를 기록하는 등 전국적인 확산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최근의 증가세를 꺾지 못하면 일일 확진자는 400명대에 진입하고, 수도권 지역발생 1주간 일평균 확진자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기준인 200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서울 노량진에 위치한 한 대형 임용시험 학원에서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했다. 교육부가 질병관리청을 통해 확인한 중등 교원임용시험 응시생 중 확진자는 21일 오전 7시30분 기준 모두 67명이었다. 앞서 오전 0시 기준으론 서울 28명, 경기 13명 등 최소 41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추가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장 21일 중등교사 임용시험 1차 필기시험이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데다, 응시생 중 일부가 노량진 학원에서 코로나19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자칫 전국적인 대규모 유행 신호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신규 386명, 나흘째 300명대…9일 연속 증가에 수도권 2단계 격상 임박

코로나19는 이미 3차 유행을 시작했다. 방역당국도 이를 인정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확진자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계절적 요인에 방역망을 벗어난 소규모 집단감염이 연이어 발생해 확산세를 꺾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현재 코로나19 확산세는 비관적인 상황이다. 나흘 연속으로 일일 신규 확진자가 증가했고, 나흘째 300명대 확진자가 쏟아졌다. 최근 증가세를 고려할 때 21일 하루 발생할 신규 확진자(22일 0시 기준으로 집계)는 400명 선을 넘을 수도 있다.

국내 신규 확진자 추이는 0시 기준, 지난 8일부터 21일까지(2주간) '143→126→100→146→143→191→205→208→222→230→313→343→363→386명' 순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해외유입 사례를 제외한 지역발생 추이는 '118→99→71→113→128→162→166→176→192→202→245→293→320→361명' 순을 기록했다.

1주간 지역발생 일평균 확진자는 255.6명으로 전날 227.7명에서 27.9명 증가했다. 3일째 200명대를 유지했다. 지역발생 확진자의 지역별 현황은 서울 154명, 경기 86명, 인천 22명 등 수도권이 262명이다. 특히 서울은 154명으로 지난 8월 27일 154명과 역대 최다 동수를 기록했다.

수도권 지역발생 1주간 일평균 확진자는 이날 0시 기준 175.3명으로 전날 153.4명보다 21.9명 늘었고, 5일째 100명대를 이어갔다. 거리두기 2단계 격상 검토 기준인 200명을 코앞에 둔 상황이다.

해외유입 확진자가 갈수록 줄어드는 데도 지역발생 확진자는 증가한다는 점은 나쁜 시그널로 볼 수 있다. 지난 18일 신규 확진자가 313명으로 300명대에 진입할 당시 해외유입 확진자는 68명에 달했다. 이후 50명, 43명, 25명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지역발생 확진자는 '245→293→320→361명' 흐름을 보였다.

지역발생 확진자가 최근 이틀째 300명대를 기록한 것은 우리나라 지역사회 곳곳에서 코로나19가 광범위하게 퍼져있음을 시사한다. 방역망을 벗어난 감염자들이 추위로 실내에 생활하고, 가족과 직장 동료 등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퍼트린 셈이다.

방역당국은 지난 2~3월과 8월에 이어 세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진행되고 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이틀 전만 해도 3차 유행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는데, 수도권 확산세가 심상치 않자 입장을 바꾼 것이다.

◇소규모 집단감염에 조용한 전파…노량진 집단감염, 2~3월 대구 될까 긴장

올겨울 대규모 유행이 올 것이라는 전망은 예전부터 나왔다. 문제는 유행 형태가 인구가 몰린 수도권에서 소규모 집단감염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는 누적된 숨은 감염자들이 일정 시점을 넘어서면서 수면 위로 떠올라오고 있다는 점을 시시한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20일 브리핑에서 "지금 유행 양상이 세 번째 큰 유행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판단한 이유는 확진자 증가 추이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감염병 재생산지수가 급격하게 올라갔고, 작은 집단감염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염병 확산은 당분간 안정화되기보다는 계속 확산할 수 있다"며 "큰 유행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판단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감염병 전문가들도 대규모 유행을 경고하고 나섰다. 대한감염학회를 포함한 11개 전문학회는 지난 20일 "1~2주일 뒤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1000명에 육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방역당국 예상보다 코로나19가 훨씬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다.

감염병 11개 전문학회는 이 같은 참사를 막을 대안으로 선제적인 거리두기 격상을 주문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빼면 대부분의 지역은 거리두기 1.5단계를 유지 중이다. 당장 전국적으로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고,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격상이 없으면 대규모 유행을 막기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정부는 경제와 방역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목표로 거리두기를 기존 3단계에서 5단계로 세분화해 지난 7일부터 시행했다. 이런 노력이 광범위한 확산세 앞에는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량 임용시험 학원 집단감염은 어디까지 번질지 예측조차 어렵다. 순식간에 수십명 단위 확진자가 발생했고, 숨은 감염자들이 이날 전국에서 시험을 치른다는 점에서 그 후폭풍은 5월 이태원 클럽과 8월 서울 광화문 도심집회를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태원과 도심집회 때와 달리 겨울이라는 계절적 요인도 매우 불리하다.

윤태호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현재 확산세를 차단하지 못하면 지난 2~3월보다 큰 규모로 전국적 대유행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며 "당분간 모든 모임과 약속을 연기하거나 취소해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오는 2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수도권 등 위험 지역 거리두기 단계를 2단계로 격상하는 내용이 발표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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