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에 대한 제주도민 의견수렴 절차를 앞두고 사업 추진의 필요성을 전방위로 홍보하고 나서면서 지역사회의 강한 비판에 직면했다.

27일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에 따르면 제주도 공항확충지원단은 최근 사업비 2100만원을 들여 '제주 제2공항 이렇게 추진됩니다'는 제목의 홍보책자를 발간해 행정기관 등에 배부하고 있다.

이 홍보책자에는 Δ제주도에 2개 공항이 꼭 필요한가요? Δ현 제주공항을 확장하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Δ성산이 제2공항 최적지인가요? Δ제주 제2공항은 어떻게 추진되나요? 등 4개 질문에 대한 제주도의 답변이 담겨 있다.

사실상 국토교통부의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이 뿐 아니라 제주도 공항확충지원단은 사업비 40만원을 들여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홍보 영상도 제작해 제주 시내·외 버스와 대형 전광판 등에 동시 송출하고 있다.

이 영상에는 제주국제공항이 약 2분마다 항공기가 이·착륙하고, 연간 이용객이 약 3000만명에 이르는 전 세계에서 가장 혼잡한 공항 1위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날 오전 제389회 제주도의회 제2차 정례회 환경도시위원회 제3차 회의에서는 이 문제가 화두가 됐다.

강성의 위원장(제주시 화북동·더불어민주당)은 "제주도민 의견수렴 절차가 곧 진행되는데 마치 국토부인 듯 한쪽 편을 드는 방식의 여론전을 펴고 있는 것은 제주도민 의견을 공정하게 수렴하겠다는 입장에서 이미 벗어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사업 예정지 지역구 의원인 고용호 의원(서귀포시 성산읍·민주당)도 "홍보활동을 왜 이제야 하느냐. 지난 5년 동안 대체 뭘 했느냐"고 질책하며 "사실상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송창권 제주도의회 의원(제주시 외도동·이호동·도두동·민주당)은 "이렇게 관권을 개입시켜서 (사업에 대한) 찬성의견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조작하면 그 결과를 누가 인정하겠느냐"며 "이는 주민소환까지 이뤄질 수 있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날 오후에는 제주 13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가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향해 "관권을 동원한 여론조작을 중단하라"며 홍보책자를 찢어 날리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정의당 제주도당도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지금 제주도는 예전 군사정권에서나 볼 법한 관제 여론전을 일사불란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관제 여론몰이를 당장 중단하고, 도민의 목소리를 공정하게 청취해 국토부에 전달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이상헌 제주도 공항확충지원단 단장은 이날 도의회 환경도시위 회의에서 "대외적인 여건을 보면 언론이 보도자료조차 실어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간 부족했던 건 사실이지만 사업의 사실관계를 알리는 것은 제주도의 책무"라고 했다.

이 단장은 이어 "향후 진행될 제주도민 의견수렴 절차에 대해서는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임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제2공항 건설 갈등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는 세 차례의 실무협의를 통해 조만간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제주도민 의견수렴을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잠정 합의한 상태다.

그러나 두 기관은 여론조사 대상과 문항을 놓고 의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여전히 대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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