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하세요!"

요즘 2021년도 예산안 심사가 한창인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회의장에서는 최근 '까치'가 때 아닌 화두로 등장했다.

논밭을 헤집고 다니는 까치를 잡겠다며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유해야생동물 퇴치사업'에 매년 1억원이 넘는 예산을 편성하고 있어서다.

이에 고용호 제주도의회 의원(서귀포시 성산읍·더불어민주당)은 "제주에 까치를 들여온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고경희 제주시 청정환경국장은 난감한 듯 "법률적으로 가능한지 자문을 구해 보겠다"고 답했었다.

제주도 등에 따르면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길조로 여겨지는 까치는 원래 제주에는 없던 새였다.

1989년 일간스포츠가 창간 20주년을 맞아 아시아나항공의 도움으로 까치 53마리를 한라산 등 제주 곳곳에 방사하면서 유례 없던 까치의 제주살이가 시작된 것이다.

천적이 적고, 먹이가 많은 제주는 까치들에게 천국이었다. 31년이 지난 현재 제주에서 서식하고 있는 까치 수는 무려 10만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부작용은 심각했다.

사실상 제주 전역에 서식하게 된 까치가 과육을 파먹거나 논밭과 비닐하우스를 헤집어 놓는 방식으로 상당한 농작물 피해를 낳았기 때문이다.

결국 까치는 제주에 온 지 불과 5년 만인 1994년 유해조수로 지정된 뒤 해마다 2만 마리꼴로 포획되고 있다. 최근 3년간 포획된 까치 수만 해도 2018년 2만6176마리, 2019년 2만3357마리, 올해 8월 말 기준 1만4443마리에 달한다.

제주도는 까치 한 마리당 5000원의 보상비를 내걸고 유관기관·단체와 함께 포획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2018년부터는 까치 부화시기에 맞춰 둥지 제거 작업도 함께 이뤄지고 있지만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더군다나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운영되는 수렵장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올해는 운영이 전면 중단되면서 향후 농가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제주도는 유해야생동물 구제반을 확대 구성해 까치 수 조절에 나섰다. 제주시 애월읍이나 한경면 등 상습 피해 지역에는 인근에 거주하는 수렵인을 유해야생동물 구제반에 포함시켜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별개로 제주도 농업기술원은 까치 퇴치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농약 잔류성이 없는 기피 약제나 소음 공해가 없는 고음압·초음파 퇴치기, 맹금류 모형 자재류, 코팅제, 빛 반사 등 10종에 대한 현장 실증시험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도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내년 2월쯤 실증시험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며 "제주에 적합한 기술을 선발해 농가에 보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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