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오전 6시30분 제주 신성여자고등학교 앞.

입실 마감 시간까지 1시간 40분이나 남은 시간이지만 수능 95지구 일반 시험장으로 지정된 이 학교는 일찍이 채비를 마치고 집을 나선 수험생들의 발길로 분주했다.

6도 안팎의 쌀쌀한 겨울 날씨에 수험생들은 마스크와 함께 두툼한 외투를 꼭 껴입고 있었고, 두 손엔 신분증과 수험표, 도시락, 물병 뿐 아니라 시험 전에 풀어 볼 '예열지문'까지 한아름 들려 있었다.

예년과 달리 올해 수능의 경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입실 전 손 소독과 체온 측정 절차를 거쳐야 하는 탓에 대체로 준비를 서두르는 분위기다.

체온이 37.5도 이상이면 2차 측정까지 해야 하고, 2차 측정에서도 37.5도 이상이 나오면 별도 시험실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매년 전통처럼 이어져 온 떠들썩한 수능 응원 행사도 사라지게 했다.

교문 앞 '수많은 노력이 능력으로 발휘되길!', '가장 힘든 시기를 이겨낸 수험생 여러분! 좋은 결과를 기대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단 2개의 현수막 만이 눈에 띌 뿐이었다.

시험장에 찾아든 이 유례 없는 고요함은 수험생들을 더 긴장하게 하는 듯 했다.

한숨을 푹푹 쉬거나 자꾸 뒤를 돌아보는 수험생들이 있는가 하면, 교문 앞에서 갑자기 짐을 내려 놓더니 두 손으로 연신 눈물을 훔치는 수험생들도 있었다.

부모님 차에서 내리며 마지막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친구들과 함께 주먹인사를 하며 씩씩하게 긴장감을 떨쳐 내는 모습도 엿보였다.

이를 멀찍이 서서 지켜봐야 하는 가족들의 마음은 여느 때 보다 더 애가 탔다.

한 아버지는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는 듯 교문 앞에서 딸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었고, 학교 앞 골목 어귀에 서 있던 한 어머니는 지그시 눈을 감은 채 묵주를 들고 수없이 기도문을 되뇌었다.

수험생 딸을 교문 앞까지 데려다 준 학부모 김지은씨(50)는 뒤돌아서자 마자 한바탕 눈물을 쏟기도 했다. 김씨는 "딸과 또래인 수험생 애들을 보니 너무 안쓰러워서… 수능도 수능이지만 모두 건강하게 시험을 마쳤으면 정말 좋겠다"고 전했다.

이날 제주에서는 재학생 4979명, 졸업생 1403명, 검정고시 합격자 172명 등 6554명의 수험생이 17개 시험장에서 수능을 치른다.

현재까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수험생은 없고, 자가격리자인 수험생 1명이 수능 96시험지구(서귀포시) 별도 시험장에서 시험을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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