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타고 온 학생은 잘 들어갔나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오전 8시15분 제주 남녕고등학교 정문.

헝클어진 머리에 마스크를 쓴 한 어머니가 교문 앞을 서성이다 경찰관에게 물었다.

6분 전 제주자치경찰단 오토바이를 타고 시험장 안으로 뛰어들어가던 학생의 어머니였다.

미처 시험 잘 보라는 인사도 못 하고 아들을 보낸 어머니는 “잘 들어갔다”는 경찰관의 대답에도 한동안 정문 앞을 떠나지 못했다.

어머니는 담장 너머 시험장을 한참 바라보다 발길을 돌렸다.

이곳에서 수능을 치르는 또다른 수험생은 새벽 일찍이 출발했는데도 시험장에 도착하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서귀포에 사는 이 학생은 오전 6시34분쯤 제주시로 넘어가는 버스를 놓친 것이다.

학생은 긴급히 112로 신고를 했으며, 제주지방경찰청과 제주자치경찰단이 공조해 학생을 태운 부모 차량을 에스코트했다.

덕분에 이 학생은 1시간 거리에 있는 남녕고등학교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이날 제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어느 때보다 조용한 수능 아침을 맞이했다. 뜨거운 응원전은 없었지만 제주 곳곳에서는 부모들의 따뜻한 배웅이 이어졌다.

각 시험장 앞에는 수험생을 바래다주는 부모들의 차량 행렬이 이어졌다. 창문을 내려 인사하는 부모 모두 차안에서도 마스크를 쓴 모습이었다.

대부분 아쉽지만 짧은 인사로 응원을 대신했다.

제주중앙여자고등학교 앞에서도 수험생 배웅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부모와 교사들은 코로나19 확산세를 의식한 듯 길을 건너지 않고 정문 건너편에서 수험생과 인사하고 헤어졌다.

또 다른 한 학교에서는 교문을 닫기 3분 전 시험을 포기하겠다는 학생이 나와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뒤늦게 신분증을 안 갖고 온 사실을 알고 당황해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교문 앞까지 빠져나온 것이었다.

이 사실을 안 수능 감독관들이 뛰어나와 학생을 붙잡았다.

다른 방법으로도 신분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학생을 다독인 선생님들은 시험장 안으로 수험생을 인솔했다.

이날 제주에서는 재학생 4979명, 졸업생 1403명, 검정고시 합격자 172명 등 6554명의 수험생이 17개 시험장에서 수능을 치른다.

현재까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수험생은 없고, 자가격리자인 수험생 1명이 수능 96시험지구(서귀포시) 별도 시험장에서 시험을 볼 예정이다.

제주지방경찰청은 경찰관 300여 명을 투입해 경비·안전활동을 지원했으며 제주도소방안전본부는 119수능대비 특별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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