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최초 지역화폐 '탐나는전'이 지난달 말 발행되자마자 제주도의회가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해 '반쪽화폐'가 될 처지에 놓였다.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는 2021년 예산안 예비심사에서 지역화폐 '탐나는전' 지방비 55억원 중 20억원을 삭감했다고 4일 밝혔다.

제주도는 국비 120억원과 지방비 30억원 등을 들여 탐나는전 할인혜택에 사용할 예정이었다.

탐나는전은 종이형으로 구입할 경우 10% 할인받고 카드형으로 사용하면 10% 할인 또는 포인트 적립을 월 70만원, 연간 500만원까지 할 수 있다.

이번에 예산이 삭감돼 새해 1500억원 규모로 발행하려던 지역화폐는 500억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는 "지역화폐 발행의 막연한 기대보다 효과 및 성과분석 후 단계적으로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삭감 이유를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삭감이 탐나는전 발행 전부터 논란이 된 하나로마트 사용 범위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주도는 애초 농축협 하나로마트를 탐나는전 가맹점에서 제외했었다.

제주시농협 하나로마트의 연 매출이 약 800억원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고 공산품 판매율도 50%에 달한다. 애월읍 하귀 하나로마트 역시 읍면지역인데도 연 매출이 500억원이 넘는다.

소상공인들이 하나로마트가 지역화폐 가맹점이 될 경우 대기업 대형마트보다 소상공인들에 입게 될 타격이 더 크다고 우려한 이유다.

반면 농민단체들은 농업인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제주도는 동(洞)지역 하나로마트와 연 매출 500억원 이상인 읍면지역 하나로마트에 가맹점 등록에서 제외했다.

논란이 일단락된 것처럼 보였지만 이번 도의회 삭감도 하나로마트 여파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애월읍이 지역구이자 농수축위 소속인 강성균 의원은 계수조정 후 보도자료를 내 "지역경제 활성화가 지역화폐 발행의 중요한 목적인데 일방적으로 단위농협의 하나로마트를 제외해 주민 갈등과 농민의 걱정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또 "농축협하나로마트는 조합원이 주인인 것을 감안하면 연중 매출액을 기준으로 고민없이 가맹점을 제외한다는 방침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도의회 삭감 결정에 반발도 잇따르고 있다.

정의당 제주도당은 논평을 내 "지역화폐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사업 초기 모든 행정력과 예산을 집중 투여해야하는데 삭감한 이유를 알 수없다"고 밝혔다.

제주도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지역화폐는 코로나19위기를 돌파할 기회이고 기대도 컸는데 삭감이 결정돼 당혹스럽고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역화폐 예산은 현재 진행 중인 제주도의회 예살결산특별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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