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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영국은 어떤 나라로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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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아침 세계는 여전히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에 휩싸여 어둡다. 그렇지만 이란혁명수비대장의 암살과 여객기 추락, 호주의 대 산불, 연이어 터진 우한 바이러스 전염이 지구촌에 충격을 몰아왔던 작년 연초에 비해 조금은 희망적이 아닐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코로나바이러스를 예방할 백신이 개발되어 대규모 접종이 시작되고 있고, 또 보름 후면 미국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여 트럼프 정부가 헝클어놓은 미국의 국제사회 리더십을 재정비하게 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 영국이 세계의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2021년 1월 1일을 기해 영국은 더 이상 EU(유럽연합) 국가가 아니다. 2016년 여름 국민투표를 통해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가 4년여의 '영국-EU 협상' 끝에 작년 연말 극적으로 타결된 것이다.

이 소식을 전하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특유의 헝클어진 헤어스타일에 양 엄지손가락을 펴 보이며 기염을 토했다. “우리는 자유를 손에 넣었다. 영국은 일을 다르게 할 자유가 생겼다.”

맞다. 영국은 경제공동체를 넘어 정치적 통합을 지향하는 EU에서 떨어져 나갔으니 자유롭게 국가를 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영국이 누릴 자유가 영국을 지금보다 부강하게 만들고 세계무대에서 독자적 역할을 찾게 해줄 것인지 미지수다. 블랙시트를 강력히 지지하고 추진한 보리스 존슨 총리가 국가의 독자성은 확보했지만 영국을 유럽의 고아 신세로 남겨놓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영국이 더 이상 EU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 교역과 관세 현장에서 나타나기 시작하자 영국인들은 적잖이 당황하고 있는 것 같다. EU는 미국 중국과 함께 21세기 세계 3대 경제권으로서 힘과 위상을 갖고 있다. EU에서 차지했던 영국의 경제규모는 약 20%였다. 브렉시트를 추진한 큰 이유는 많은 분담금은 내면서 영국의 경제가 EU의 지나친 규제를 받는 불만 때문이었지만, 유럽으로부터의 고립이라는 EU탈퇴의 값비싼 대가에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브렉시트를 반대했지만 국민투표 후 보수당 총리를 맡아 협상을 진행했던 테레사 메이 전 총리가 “주권을 확립하는 것이 고립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것은 브렉시트가 몰고 올 후폭풍을 우려한 것이다. 교역과 금융으로 먹고 사는 영국에게 고립은 가장 아픈 부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4년 전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보여줬던 투표성향 또한 영국의 고민스런 미래를 새롭게 상기시키고 있다.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웨일즈와 런던 주민들, 그리고 대학졸업자와 젊은 층들 대다수가 EU 탈퇴에 반대했다.

영국이 EU에 남기를 강력히 원했던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분리 독립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북아일랜드도 같은 길을 갈 것으로 보인다. 스코틀랜드 독립 운동에 불길이 붙으면 연합왕국인 영국은 쪼개지는 운명을 맞게 된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이자 핵무기를 보유한 연합왕국으로서 영국은 대서양과 북해에 대한 제해권을 갖고 있어 전략점 이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가 떨어져 나간다면 영국의 제해권은 축소가 불가피해진다.

남아 있는 EU 27개 국가는 영국이 떨어져 나감으로써 적잖은 충격을 받을 것이지만 독일과 프랑스가 주축이 되어 이 공백을 메워 나갈 것이다. 유럽의 안정은 경제적 번영과 함께 안보가 핵심이다. 유럽안보의 축은 러시아의 위협에 대처해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다. 미국은 영미동맹을 지렛대로 하여 NATO체제를 유지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무시 정책으로 유럽은 흔들렸다. 독일도 NATO의 안정을 원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그 조정을 원하고 있다. 유럽안보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바이든 정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과 러시아가 영국과 EU의 틈바구니를 노릴 것이기 때문이다.

한 영국 언론인이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이 인상적이다. “나의 할아버지는 1939년 나치독일의 유태인수용소를 탈출하여 영국에 망명하여 시민권을 얻었다. 내 삼촌은 영국 군인이 되어 독일군과 싸우다 전사했다. 나는 개방성과 관용을 가진 자랑스러운 영국인으로 태어나서 살았다. 영국인과 유럽인의 자긍심을 동시에 가졌다. 그런데 브렉시트로 영국의 개방성과 관용성은 사라졌다. 나는 독일의 시민권을 신청해 허가를 받았다. 독일이 더 개방적이고 관대하다는 걸 느낀다.”

영국은 유럽대륙과 떨어진 섬나라이면서도 항상 유럽문제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온 나라이다. 유럽연합의 형성과정에서도 그랬다. 원래 유럽통합에 대한 꿈은 영국에서 일찍이 싹텄다. 1,2차 세계대전의 참극을 맛본 윈스턴 처질 영국 총리는 “유럽을 미국과 같은 합중국으로 만들어야 평화가 확보된다”는 유럽합중국(United States of Europe)의 개념을 제시했으며, 마가레트 대처 총리는 1973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참여에 앞장섰다. 이들은 영국의 살 길을 유럽대륙에 대한 개방과 개입에서 찾았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 정책과 비슷하게 영국의 개방과 개입정책에서 후퇴하는 브렉시트의 선봉장이 되었다.

산업혁명과 의회민주주의 선구자로서 영국은 ‘해가 지지 않은’ 대영제국의 번영을 구가했고 현대 과학기술 사회의 많은 표준을 만들어냄으로써 인류문명에 기여했던 영국, 21세기 그 행보가 불안해 보인다.<뉴스1 고문>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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