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비교적 빠르게 '4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 방침을 확정지을 수 있었던 것은 더불어민주당 일당 체제인 제주도의회가 입장을 바꾼 영향이 컸다.

원 지사와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은 19일 오후 제주도청에서 상설정책협의회를 열고 설 전까지 4차 재난지원금을 선별 지급하는 내용의 공동 합의문을 채택했다.

두 기관 간 상설정책협 자체가 2018년 7월 도입 이후 이번이 두 번째에 불과할 정도로 흔치 않은 데다 이 자리에서 그동안 입장차가 컸던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에 대한 합의까지 이뤄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무엇보다 4차 재난지원금을 선별 지급하는 방안은 제주도가 제시한 의제였다. 심지어 원 지사는 이미 지난 17일 자신의 SNS에서 "무차별적으로 지원하지 않고, 생존의 막다른 한계에 처한 자영업자에게 더 많이 집중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의회는 이를 흔쾌히 수용했다. 도리어 화훼농가나 휴·폐업 업체, 전세버스 업체 등에 대한 선별 지원을 강조할 정도로 전향적이었다.

그동안 제주도의회가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을 주장해 온 점을 감안하면 큰 입장 변화다. 실제 지난해 6월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원 지사는 '선별 지급' 방침을 내세웠다가 제주도의회의 강한 반발을 사 '보편 지급'으로 입장을 선회했었다.

이와 관련해 좌 의장은 전날 상설정책협에서 인사말을 통해 "코로나로 인한 고통의 크기가 감당하기 정말 어려운 상황"며 "지금은 고통이 더 큰 도민들 먼저, 빨리, 제대로 지원해야 한다는 원 지사의 말에 문제 인식을 함께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 제주도의회 내부에서는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고, 사실상 제주도민 여론을 고려해 정치적인 결단을 내리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미 원 지사가 SNS를 통해 선별 지급 방침을 공언한 상황에서 제주도의회가 보편 지급을 주장할 경우 엄중한 시기에 딴지를 걸거나 재난지원금 지급 자체를 반대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어 매우 부담스러웠다"고 밝혔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원 지사가 공동 합의문을 발표한 직후 자신의 SNS에서 민주당의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또다시 거론하며 이 지사의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 입장 대해 "정책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한 탓이다.

또다른 한 민주당 의원은 "원 지사가 서명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공동 합의문을) 선거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민주당 소속 이 지사에 대한 원 지사의 정치적 공격에 민주당 소속 제주도의회 의원들이 들러리를 선 격이 됐다"고 꼬집었다.

한편 제주도는 공동 합의문이 채택됨에 따라 이달 말부터 4차 재난지원금 신청서를 접수해 2월부터 설 명절 전까지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지급 대상별로 보면 정부 3차 재난지원금 수혜자에게는 50만원, 정부 3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여행·관광업계에는 최대 350만원, 문화예술인과 전세버스 기사 등에게는 100만원, 제주형 방역 강화 조치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게는 150만원이 각각 지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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