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하겠노라 다짐했던 제 진심까지 짓밟힌 기분입니다."

제주도민인 간호사 A씨는 지난 11일 오전 제주도의 한 공무원으로부터 황당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당시 A씨는 대한간호협회 추천과 코로나19 및 신체 검사 등의 채용 절차를 마치고 이틀 뒤인 지난 13일부터 4개월간 제1생활치료센터에서 근무하기로 한 상태였다.

이미 전날 제주도로부터 전화로 센터 내 숙식, 외부활동 금지 안내사항을 전달받았던 A씨는 무심코 다시 전화를 받았다가 크게 당황했다.

갑자기 센터를 대폭 축소해 운영하기로 결정했고, 이로 인해 채용 자체가 불필요해져 출근하지 말라는 이야기였다.

첫 출근날 근로계약서에 서명하기로 구두 합의한 상황에서 이 같은 제주도의 전화 한 통은 A씨의 입장에서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였다.

A씨는 제주도 홈페이지 신문고에 "모두가 힘든 시기에 짧은 시간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지원했고, 주변 정리에 각종 검사까지 하며 준비 중이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무책임하게 전화 한 통으로 모든 걸 끝낼 수 있느냐"고 성토했다.

제주도가 센터 규모를 대폭 축소하기로 결정한 건 지난해 12월30일 서귀포시 국세공무원교육원에 센터를 연 지 불과 12일 만의 일이었다.

센터에 격리돼 있던 코로나19 확진자가 지난 8일을 기해 모두 퇴원한 데다 지역 내 코로나19 확산세도 완화되면서 센터를 운영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이 있었다.

이에 제주도는 운영지원팀 파견 공무원 6명을 제외한 나머지 공무원·의사·간호사·해군·해병대·경찰·소방 등의 파견인력을 모두 복귀시킨 데 이어 인원이 부족해 추가로 채용할 예정이었던 간호사 8명까지 사실상 정리해고했다.

심지어 8명의 간호사 가운데 2명은 제주도외 지역에서 지원한 간호사였다.

현재 제주도는 이들에 대한 이렇다 할 지원 없이 관련 절차를 마무리한 상태다.

송월숙 대한간호협회 제주도간호사회 회장은 "간호사 수가 부족한 데도 방역당국에 적극 협조해 왔는데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상당히 유감스럽다"며 "제대로 된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일선 간호사들 역시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일부 행정의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한 분들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제주도외 지역 거주자들도 있다 보니 갑자기 바뀐 상황을 빠르게 전달해야 해서 전화를 통해 일일이 양해를 구하게 됐다"고 변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빠르면 다음달, 늦으면 3월 제주대학교병원과 서귀포의료원에 백신접종센터를 열 예정인데 해당 간호사들을 최우선 순위로 채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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