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붓듯 쏟아지는 장대비를 보니 올 여름 날씨가 온순하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이미 5월 평균기온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징조가 심상치 않았다. 작년 이맘때 우리는 장맛비 대신 저수지가 말라버리는 대가뭄의 고통을 겪었다. 1년새 기상이 이렇게 큰 격차가 나는 것을 보며 기후변화를 실감하게 된다.

며칠 전 언론에서 바다와 하늘에서 관찰된 이상 자연현상을 소개한 두 개의 뉴스를 봤다. 하나는 서태평양과 인도양의 ‘웜풀’(Warm Pool)이 확대되어 아시아 지역에 기후재앙이 예상된다는 어두운 기사였고, 다른 하나는 남극 상공의 오존구멍이 15년 전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밝은 기사였다. 두 현상은 전혀 관련성이 없지만, 지구환경 및 인류의 미래와 관련해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보도에 따르면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에서 적도를 중심으로 광범위한 웜풀이 형성되어 있다. 웜풀은 뜨거운 물웅덩이라는 뜻이다. 과학자들이 지구표면의 3분의 2를 이루는 전 세계 바다의 수온을 측정하여 섭씨 28도 이상 되는 뜨거운 바다의 모습을 지도로 그리자 그 모양이 둥그런 풀장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세계에서 가장 수온이 높은 바다는 서태평양과 동인도양의 적도 부근에 연이어 형성된 웜풀이다. 이 ‘서태평양-인도양 웜풀’이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기후에 큰 영향을 주는데, 과학자들은 이 웜풀의 크기가 계속 변하고 있다는 데 주목해 왔다. 국내 연구진도 컴퓨터 모의실험을 통해 이 웜풀의 생성과정과 아시아지역의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해 왔는데 민승기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대표적이다. 민교수팀은 60년간의 웜풀 크기의 변동을 추적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 최근호에 게재했다.

민 교수는 웜풀의 크기가 1953년부터 2012년까지 60년간 33% 확대됐고 해수면 온도는 섭씨 1.4도 상승했다고 분석하고, 이 웜풀 주변의 기후가 매우 비대칭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아 한국과 중국 등 극동지역이 가뭄 재앙을 맞을 위험이 높다고 예측했다. 이 연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웜풀의 크기가 이산화탄소의 변화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 즉 이산화탄소 배출이 늘어난 기간이 길수록 웜풀 규모가 커졌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60년 전인 1953년 3600만㎢였던 웜풀의 면적은 2012년 4800만㎢로 33% 이상 증가했다. 한반도 면적의 200배가 넘는 바다가 섭씨 28도 이상으로 데워졌다는 얘기다.

웜풀의 면적이 확대되고 수온이 높아질수록 그 주변의 육지는 폭우, 태풍, 한발 같은 극단적인 기상 변화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에 비춰 우리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 예측해볼 수 있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이 2030년 이후까지도 계속 늘어날 것이 분명하니 불길한 소식이다.

하늘의 오존구멍은 어떤가.

지구 상공 15~30㎞의 성층권에는 오존 분자가 끊임없이 형성되는데 이를 오존층이라 한다. 오존층은 태양광선의 자외선을 차단해서 생명체를 보호해주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 만약 오존층이 없다면 태양에서 쏟아지는 자외선의 위력이 지금보다 30배나 강해서 지상의 모든 생명체를 죽여버릴 수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선크림을 바르고 양산을 쓰는 등 요란을 떠는 것을 보아도 오존의 위력을 느낄 수 있다.

30년 전인 1985년 영국의 과학자 팀이 남극 상공 성층권의 오존층이 없어진 것을 밝혀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 비상이 걸렸다. 생명체에 대한 위협은 차치하고라도 햇빛을 좋아하는 서양인들이 피부암에 걸릴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1990년대 지구환경 문제로 부각되었던 오존구멍 소동이다.

남극 상공의 오존층을 잡아먹어 구멍이 나게 한 것은 냉장고, 자동차 냉방장치 등에 쓰이는 CFC라는 냉매다. 염소가 포함된 이 물질이 고공으로 올라가 성층권에서 오존과 화학작용을 일으키면 오존층이 파괴된다. 사람들은 냉장고를 마구 쓰고 자동차 에어컨을 맘껏 트는 사이에 여기서 나온 보이지 않는 염소가 지구생명체의 최종 수비수인 오존층을 파괴시킨 것이다.

피부암에 겁먹은 국민의 압력에 직면한 선진국 정부들은 1987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만나 CFC배출을 규제하는 몬트리올 의정서를 채택했다. 이후 미국의 듀폰 같은 화학회사들이 대체 냉매 개발에 성공하면서 몬트리올 의정서는 성공적으로 작동했다. 오존층의 복원은 이런 노력의 성과로 평가된다.

영국 BBC방송은 2일 미국 MIT 수전 솔로몬 교수팀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2000년에 비해 2015년 남극 오존구멍이 400만㎢ 줄었다고 발표했다. 남한 면적의 40배 되는 남극하늘에 오존층이 복원된 것이다. BBC는 15년 전의 오존구멍 이미지와 지금의 이미지를 대비하여 발표함으로써 확연히 달라진 남극하늘의 오존구멍을 보여주었다. 솔로몬 교수는 BBC에 나와 "현재 대기에 방출된 CFC가 자연 소멸하는 2050~2060년쯤 오존층이 완전히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남극 상공의 오존구멍이 줄어든 것은 환경문제의 국제협력 성공 사례다. 오존구멍 문제는 도시 쓰레기나 미세먼지와 같이 당장 피부에 와 닿는 이슈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몬트리올 의정서를 만들고 각 국가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CFC사용을 규제했다. 한국도 CFC사용을 줄임으로써 오존구멍을 줄이는 데 한몫했다.

몬트리올의정서에 의한 오존구멍 줄이기는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이산화탄소 감축 문제와 관련하여 짚어볼 대목이다. 이산화탄소 증가는 웜풀을 크게 만들어 동아시아 기상을 요동치게 할 수 있으며 나아가서 기후변화의 대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몬트리올 의정서처럼 국제협력의 지혜를 모은다면 이산화탄소의 획기적인 감축을 통해 월풀의 크기도 줄이고 기후변화도 완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도 CFC규제에 참여했듯이 이산화탄소 줄이는 데 더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좋겠다. <뉴스1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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