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술 냄새.”

지난 21일 밤 제주 제주시 신산공원 인근 공영주차장.

주민 A씨는 차를 세우다 깜짝 놀랐다. 어두컴컴한 주차장 구석에서 노숙인들이 술을 마시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일에는 주차장 옆 클린하우스(쓰레기 집하장) 인근에서 노숙인 한 명이 술에 취한 채 쓰러져 자고 있기도 했다.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주민들은 이를 보고 눈살을 찌푸리거나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주민 A씨는 “퇴근길마다 자주 목격되는 만취 상태의 노숙인들이 어떤 돌발행동을 할지 몰라 솔직히 무섭다”며 우려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지난번에는 술 때문에 몸을 가누지 못하는 노숙인이 119구급차에 실려가는 모습을 봤다”며 “따뜻해지면 더 많은 노숙인들이 모여 술을 마신다”고 말했다.

신산공원 일대는 2018년 11월 제주 음주청정지역으로 지정됐다.

음주청정지역이란 소란과 무질서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음주 행위가 금지된 곳을 말한다.

이곳을 비롯해 제주도내 음주청정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총 846곳이다. 도시공원 92곳, 어린이공원 152곳, 어린이보호구역 324곳, 어린이놀이터 270곳 등이다.

그러나 신산공원과 제주시 산지천 광장 등에서의 음주소란, 주취폭력 문제는 끊이지 않고 있다.

노숙인뿐만 아니라 주민, 관광객들도 공원과 광장 등에서 음주하는 사례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는 음주청정지역 지정과 관련해 처벌 규정이 전무해 실효성이 떨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음주청정지역 지정에 대한 법적 근거로 ‘제주도 건전한 음주문화 환경 조성에 관한 조례’를 2017년 12월 제정됐지만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징수할 수는 없다.

금연구역과 달리 음주행위에 대한 과태료에 대해서는 상위법인 ‘국민건강증진법’에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음주청정지역 지정 후 2년이 지났지만 관련 안내판을 설치했을 뿐 별다른 조치는 취해지지 않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음주청정지역은 상징적인 의미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상위법 근거가 없어 음주행위를 강제로 제재할 수 없고 처벌된 사례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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