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논산 딸기연구소가 개발한 '비타베리'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수출길이 막혀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맛뿐만 아니라 과실의 단단한 정도가 뛰어나 장거리 수출용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 여파로 국내 유통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발만 동동 구르던 연구원과 재배 농가에 파리바게뜨와 던킨 등을 운영하는 SPC그룹이 손을 내밀었다. 앞서 감자와 당근 농가와 협업에 이어 이번엔 딸기를 사용한 제품을 개발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키다리 아저씨' 허영인 SPC그룹 회장 덕분에 딸기와 토마토를 포함, 논산에서 재배한 농산물 1000톤 판로가 트였다.

◇감자·당근 이어 딸기 농가 지원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PC 그룹은 이달부터 논산시 농가에서 생산한 딸기와 농산물 1000톤을 매입하고 딸기 품종 개발을 지원한다.

SPC그룹은 앞서 지난해 강원 평창군 감자에 이어 제주 구좌읍 당근을 대량으로 사들여 계열사에서 운영 중인 브랜드 신제품에 사용했다. 그 덕에 파리바게뜨는 감자 빵과 당근 케이크를, 배스킨라빈스는 감자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선보일 수 있었다.

업계에선 SPC그룹이 국내 농가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것은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의지가 남다르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그의 대표 상생 정책으로 지난 2012년 협약한 영천 미니사과 스토리가 유명하다. 영천은 지난 2007년부터 일반 사과 7분의1 크기인 미니사과를 재배했지만, 인지도가 낮아 '불량 사과'로 잘못 알려지기 일쑤였다.

그러나 SPC그룹이 2012년 협약을 맺고 미니사과를 파리바게뜨 케이크 장식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디저트 업계와 소비자 사이에서 미니사과가 입소문을 타며 이색 품종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이다. 영천 농가들은 미니사과로 연평균 8000만원의 수익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외에도 SPC그룹은 산청 딸기·강진 파프리카·진주 딸기를 포함해 전국 18개 산지에서 재배한 22종 농산물을 활용해 베이커리 제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수출용 '단단한' 비타베리…생크림 케이크 토핑으로
이번 논산시와의 업무협약도 같은 맥락에서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해 감자·당근·딸기 대량 수매로 이어진 '행복상생 프로젝트' 역시 허 회장의 손에서 탄생한 아이디어로 알려졌다.

SPC그룹은 이번 협약으로 논산 대표 딸기 품종인 비타베리와 함께 토마토·채소 약 1000톤을 사들인다. 비타베리는 논산시가 장거리 수출에도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개발해 케이크 토핑과 샐러드 재료로도 손색이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딸기 생크림 케이크는 파리바게뜨에서 사계절 내내 인기 있는 상품이라 수급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대량 매입을 계약했음에도 불구하고 농가를 배려해 가격을 더 저렴하게 낮추지는 않았다.

SPC그룹은 앞으로 항공 화물 운송료가 급등해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비타베리의 해외 판로 확대를 지원할 예정이다.

SPC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농가와 상생하기 위해 이번 협약을 맺게 됐다"며 "국내 농가의 판로를 확대하고 농산물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올해도 상생 프로젝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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