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학교 앞 4중 추돌사고로 제주대학교가 침통한 분위기에 빠졌다.

7일 오전 9시 제주시 아라1동 제주대학교 입구 사거리 버스정류장 부지에는 길게 늘어진 안전띠 앞으로 동그란 임시 버스정류장 간판이 급히 설치되고 있었다.

전날 오후 5시59쯤 이곳에서 제주시내 방향으로 달리던 4.5톤 화물트럭이 시내버스 2대와 1톤 트럭을 잇따라 들이받으면서 기존에 있던 버스정류장이 완전히 박살난 탓이다.

당시 사고로 발생한 사상자 수는 무려 62명. 이날 오전 7시 기준 현재 3명이 사망하고, 59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현장에서 만난 제주대 학생 김지은씨(22)는 "어제 사고 소식을 접하고 학교 가다 잠깐 들렀는데 잠깐 서 있기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며 "정말 학교 전체가 침통한 분위기다. 제 주변도 그렇다. 건너 건너 다 아는 사이일 텐데…"라며 뒤돌아섰다.

이 근방을 지나 제주대 진입로로 향하는 시내버스 차창 뒤로도 여러 승객들이 사고 현장을 가리키며 수군대거나 시선을 끊지 못하고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제주대의 침통한 분위기는 익명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여기서 한 학생은 "어제 사고난 거 살짝 보면서 지나갔는데 내가 다 숨을 못 쉬겠더라"며 "심장이 너무 쿵쾅대고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자꾸 눈물이 나온다"고 했다.

다른 한 학생도 "내가 버스에 탔던 학생들이었을 수도, 우리 부모님이 사고 트럭 운전자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부모님한테 전화하면서 숨이 턱턱 막히더라"며 "사고 당사자들은 심정이 어떨지 짐작도 안 간다"고 했다.

한 학생은 "제주에서, 그것도 내가 다니는 학교 근처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고 하니까 너무 기분이 이상하다"며 "(사상자가) 나였더라면, 내 친구였더라면 하는 생각에 너무 마음이 아프다. 정말 믿기지 않는다"고도 했다.

현경준 제주대학교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이나 교직원들이나 전체적으로 많이 가라앉은 분위기"라며 "재발 방지 대책뿐 아니라 심리 치료 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려고 자체 논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대학 본부 차원의 후속조치도 논의되고 있다.

송석언 제주대 총장을 비롯한 제주대 관계자들은 전날 밤 사상자들이 분산 이송된 종합병원 5곳을 잇따라 방문하는 등 현장 상황을 살폈다.

그러나 소방과 경찰의 사상자 신원 조회 과정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현재 제주대는 정확한 인적사항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제주대는 중간고사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피해 학생들의 인적사항이 확인되는 대로 대학·대학원과 협의해 중간고사 생략 등의 조치도 취하기로 했다. 심리 치료 프로그램 병행 지원도 검토 중이다.

이수인 제주대학교 학생복지과장은 "사고를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중에도 시험 걱정을 하는 학생들을 보고 정말 가슴이 아팠다"며 "신속히 후속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1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