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만 더 운동을 잘했다면 구해드릴 수 있었을텐데 정말 미안합니다."

지난 6일 저녁 3명이 숨지는 등 20대가 다수 포함된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제주대학교 사거리 연쇄 추돌사고 현장에는 구급대 도착 전 한달음에 뛰어든 또래 학생들이 있었다.

이 중 한 학생은 대학 내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바이크를 타고 하교하던 중 사고 현장을 목격했다는 A씨는 두 번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버스가 추락한 임야로 뛰쳐들어갔다.

A씨는 "뒷 창문으로 나오는 사람들을 부축하다 두 분이 버스 앞문에 껴있다는 말을 듣고 몇명과 바로 뛰어들어갔다"며 "유리, 의자들을 미친듯이 치우니까 한 분은 손이 끼어있고 움직이셔서 (버스 문을) 들어올렸는데 도저히 안됐다"고 심각했던 사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손 근처에 깨진 유리조각 다 치우고 계속 괜찮다고 소방차 왔다고 안심시켰지만 문제는 다른 한 분이었다"며 "온 몸이 끼어있는데 말씀도 없고, 움직여보라는 말에도 반응이 없었다. 맥도 안 뛰셔서 진짜 울 것 같았는데 아니라고 생각하고 문 손잡이 미친듯이 당기다가 소방대원이 와서 여기 사람 있다고 소리 질렀다"고 전했다.

구급대 도착 후 현장에서 빠져나와야했던 A씨는 버스에 떨어져 있던 휴대폰, 지갑, 신발, 가방 등 소지품을 챙겨 피해자들에 전달하기도 했다.

또 다른 사람들과 힘을 합쳐 바닥에 앉아있던 피해자들을 부축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

A씨는 "현장에 계셨던 분들 구조에 힘써주시고, 아무 일 없던 분들도 같이 도와주신 거 너무 감사드린다"면서도 "제가 좀만 더 운동 잘하고 생각이 있었다면 구해드릴 수 있었는데, 조금이라도 일찍 신고했으면 됐을텐데 정말 미안하다"고 힘든 심경을 토로했다.

해당 커뮤니티에는 A씨의 도움을 받았던 당사자가 나타나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사고 충격에 임야로 추락했던 버스에 타고 있던 학생은 "사고 났던 버스 맨 앞 1인 좌석에 탔고 사고 후 왼손과 머리카락이 끼어있었다"며 "밖으로 오른손이 나와 있었는데 어떤 분이 계속 괜찮다고 손 잡아주면서 다독여줬는데 너무 감사하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 글에 A씨로 추정되는 학생이 댓글을 달아 "문 자꾸 들려고 했던 사람"이라며 "아프게 해서 미안해, 살아있어줘서 고마워. 끝까지 있어야 했는데 소방관분께서 위험하다고 나오라고 하셔서 끝까지 문 못잡고 있었다"고 오히려 미안한 마음을 내비쳤다.

이 사고는 전날 오후 5시59분쯤 제주시 아라동 제주대학교 입구 사거리에서 제주시내 방향으로 달리던 4.5톤 화물트럭이 정류장에 정차해 있던 시내버스 2대와 1톤 트럭을 잇따라 들이받으며 발생했다.

이날 오전 7시 기준 총 사상자 수는 62명이다.

김모씨(28)와 이모씨(32), 박모씨(71)는 전날 현장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1톤 트럭 운전자인 신모씨(52)와 김모씨(21), 김모씨(20), 이모씨(21), 외국인인 D모씨(20) 등 5명은 중상을 입고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밖에도 4.5톤 화물트럭 운전자 A씨 등 모두 54명이 경상을 입어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이거나 치료를 받고 귀가한 상태다.

경찰 조사 결과 4.5톤 화물트럭 운전자는 음주상태는 아니었으며, 경찰은 브레이크 파열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 사고 당시 현장에서 도움을 준 학생들 혹은 이들을 아시는 분은 메일로 연락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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