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가득한 지난 7일 제주시 아라동 제주대병원 1층 로비에 있는 피아노 앞에 30대 여성이 앉았다.

곧이어 '엘리제를 위하여', '트로이메라이', '향수', '10월의 어느 멋진날에' 등 대중에게 익숙한 명곡들이 병원에 울려퍼졌다.

독일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그동안 셀수없이 많은 연주 경험이 있는 이은형씨도 이날만큼은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이날은 이씨에게 아주 특별한 관객 1명을 위한 연주회였다.

이씨의 아버지 이창효(64)는 2017년부터 제주대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아왔다.

그러나 더이상 손쓸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현재는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에 입원 중이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란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해 사회복지사, 성직자, 자원봉사자등 전문적인 완화의료 팀원들이 모여서 말기암 환자의 신체적 증상뿐만 아니라 가족의 심리적 어려움까지 도와주는 의료 서비스다.

죽음이 아닌 남은 삶에 더욱 집중하고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다.

올해 가을 결혼을 앞둔 이씨는 아버지를 위해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를 작은 음악회를 열고 싶다고 호스피스 상담실에 요청했다.

이씨의 사연을 들은 병원측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은 음악회'라는 주제의 연주회를 마련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별도의 관객을 불러모으지는 못했지만 병원 가득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퍼져 오고가는 방문객들과 의료진, 직원들의 지친 마음에 휴식과 여유를 되찾게했다.

연주가 끝나고 이씨 가족은 물론 연주를 지켜보던 병원 관계자들의 눈가도 어느새 촉촉히 젖어있었다.

박철민 제주지역암센터 소장은 "이번 음악회가 인생의 마지막 시간을 살아가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의미 있는 추억이 됐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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