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세계의 보물섬, 국제자유도시, 세계자연유산…. 당신은 제주를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제주는 전국민의 이상향이지만 때로는 낯설게 다가온다. 제주는 지리적 특성상 타지역과는 다른 독특한 풍습과 문화, 제도, 자연환경 등을 지녔다. 뉴스1제주본부는 제주와 관련한 다양한 궁금증을 풀어보고 소개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제주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는 독자라면 제보도 받는다.

제주의 한 결혼식장.

신랑 또는 신부가 식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하객을 불러세우더니 봉투를 건넨다.

직접 식장에 온 하객뿐만 아니라 미처 오지못하고 축의금만 보낸 친구나 동료 몫까지 봉투를 챙겨준다.

경조사 답례품은 다른 지역에도 있지만 제주는 답례품 문화가 발달한 지역으로 꼽힌다.

답례품 종류와 액수 등은 시대에 따라 변하지만 여전히 제주 경조사 문화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제주의 답례품 문화는 언제, 어떻게 시작됐을까?

전문가들은 섬이라는 특성을 지닌 제주 고유의 공동체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제주 지역의 혼례는 공동체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고 한다.

물이 귀한 지역적 특성상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물을 길어다 주었고, 땔감이나 돼지를 잡는 것 등 음식 준비도 남의 도움이 필요했다.

제주의 혼례는 7일 정도가 걸려 일명 '일뤠 잔치'라고 했는데 잔치 기간이 길다보니 주민간 유대감도 깊어졌다.

문순덕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주에서는 과거 친척이나 이웃에 경조사나 제사가 생기면 돈이 아니라 바구니에 음식과 물품으로 부조를 했다"며 "부조를 받은 쪽에서는 빈손으로 보내지 않고 남은 음식 등을 바구니에 채워 주는 문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부조는 생활이 풍족해지고 산업화 시대가 되면서 현금으로 변했고 답례품도 치약이나 세제, 비누 등의 생필품으로 바뀌었다.

1980~90년대에는 집 부엌에 가루세제인 '스파크'가 한가득차서 마트 창고를 방불케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과거 제주에서의 답례품은 집안일을 담당하는 여성에게만 줬다는 특징도 있다.

2000년대 들어 제주의 답례품 문화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맞이한다.

바로 상품권의 등장이다.

행정기관을 중심으로 지역상권 살리기 차원에서 경조사 답례품을 '제주사랑상품권'으로 대체하자는 운동이 일어났다.

상품권은 생필품보다 휴대와 보관이 용이해 빠르게 기존 답례품을 대체했다.

'제주사랑상품권'뿐만 아니라 농협 상품권도 답례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제주도가 지난해부터 발행한 최초의 지역화폐 '탐나는전'을 답례품으로 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상품권은 보통 '5000원'권이 기본인데 코로나19 시대 식사를 제공하지 못하게 되자 두배인 1만원권을 주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남의 도움에 작게나마 보답한다는 의미로 시작됐지만 답례품은 제주연구원의 '제주지역 결혼문화 실태조사(2018년)'에서 '종일 피로연', '겹부조' 등과 함께 결혼문화에서 개선해야할 점 중 하나로 뽑히는 등 일부 도민사회에서는 문제 의식도 있다.

호텔에서 뷔페를 대접하는 경우에는 결혼비용을 감안해 답례품을 주고받지 않는 게 당연시 되는 분위기다.

문 연구위원은 "답례품 문화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개선돼가고 있다"며 "이를 통해 제주 공동체 문화와 생활상을 엿볼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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