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17일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 대해 "국민들의 겪는 삶의 위기는 '경제'에 있는데, 여의도 정치권에서 말하는 개헌은 '권력구조'에 있으니 그 괴리감이 상당히 깊다"고 지적했다.

원 지사는 68주년을 맞은 제헌절을 기념해 뉴스1이 실시한 개헌 관련 설문 조사에서 "국민들에게는 현재의 개헌 논의가 솔직히 크게 와닿지 않는다"라며 이렇게 답변했다.

그는 이날 개헌이 이뤄지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Δ현재 권력의 개헌 의지 Δ국민들의 개헌 필요성 절감 등을 들며, 이 두가지 모두 현재로서는 충족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원 지사는 "개헌을 하려면 우선 현재의 권력인 대통령이 개헌을 논의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면서 "개헌을 공약했던 박근혜 대통령도 임기 동안 개헌론이 불거질 때마다 '블랙홀론'을 제기하며 반대해 오지 않았느냐"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들이 개헌의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껴야 한다. 그러나 국민에게는 솔직히 권력구조 개편 중심의 개헌 논의 자체가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원 지사는 이에 국민적 관점을 바탕으로 한 '기본권 중심'의 개헌을 제안했다.

그는 "국민들이 느끼는 문제와 그 해답의 초점이 다르다"라고 진단한 뒤, "국민적 관점에서 개헌을 논의하려면 국민의 기본권·복지와 환경·민생 문제를 헌법에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가 논의의 중심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바람직한 정부형태에 대해선 '대통령 직선 내각제'를 제시했다. 대통령을 현행대로 국민이 직접 선거로 선출하되, 정부운용 방향은 내각제를 따르자는 것이다.

그는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내각에 분산시키는 내각책임제로 가는 것이 향후 개헌의 핵심"이라며 "다만, 우리 국민들이 직접 87년에 대통령 직선제를 이뤄낸 경험이 있어, 내각책임제만으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러한 우려가 정치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보완 장치로 대통령은 직선제로 뽑자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원 지사에 따르면,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는 대통령으로 선출되기 전까지는 온갖 정치적 연합과 대중적인 약속을 하다가, 당선된 후에는 5년 내내 정치적 책임에서 벗어나 무한 권력을 갖게 된다.

또한 대안으로 거론되는 대통령 4년중임제에 대해선 "그건 대통령의 임기 연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포용정치로 가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각제로 바뀐다면, 집권 기반과 통치 기반이 항상 바뀔 수 있는 구조가 되면서 타협과 조정을 통해 민의의 반영을 구조화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다만 "대통령 직선 내각제가 절대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논의가 이뤄진다면 언제든지 머리를 맞댈 수 있다"며 여지를 열어뒀다.

원 지사는 대선주자들이 개헌 입장을 공약으로 내걸어 검증받아야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개헌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현 집권세력과 유력 주자가 연합해서 판 자체를 바꿔야만 한다"라며 입장을 유보했다.

그는 "패배가 예상되는 사람들의 꼼수라고 공격받는 순간 개헌 논의 자체가 어그러질 수 있다"며 "정치세력의 합의에 의한 개편으로 가야 한다. 국민과 시대적 요구가 커가고 있으니 구체적인 공약 대결로 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내년 '4월 국민투표 로드맵'에 대해선 "내년 재보선 16일 정도 기간 동안 과연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각 당 대권주자별로 개헌안의 내용에 대한 편차가 큰 상황에서 합의가 이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다만 국회 개헌특위 등 개헌 논의 기구 설치에 대해선 "토론할 수 있는 논의구조를 만드는 것에 대해선 반대하지 않는다"며 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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