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플라스틱으로 둘러싸인 세계에서 '플라스틱 제로'는 '계란으로 바위치기'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이순간에도 끊임없이 그 무모한 도전을 시도하며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있다. '무모한 도전'이 '위대한 도전'으로 바뀌는 그날을 꿈꾸며. 뉴스1제주본부는 5차례에 걸쳐 '플라스틱 제로'를 위한 각계의 노력과 현장의 목소리 등을 소개한다.
 

"좋은 것은 퍼질수록 좋잖아요"

한달간 플라스틱컵과 빨대 쓰지 않기에 참여한 손윤경씨(45)의 말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플라스틱병에 담긴 물을 한잔 마신 뒤 플라스틱 칫솔로 양치를 하고 미세플라스틱이 함유된 샴푸와 바디워시로 샤워를 마친다.

1시간도 안되는 시간동안 우리는 뜻하지 않게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현대인의 삶 속에서 플라스틱을 빼고 살아가기란 쉽지않다.

그런데 이 불가능해보이는 플라스틱 없는 삶을 한달 동안 도전한 사람들이 있다.

손윤경씨는 제주시 문화도시조성사업 일환인 우물랩(랩장 이경아)프로젝트를 통해 6월 환경의 달을 맞아 한 달 동안 '일회용 플라스틱 없이 한달살기 챌린지'에 참여했다.

이 챌린지에는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 50명이 지원했다.

지구별챌린저로 명명된 이들은 총 5단계의 플라스틱 안쓰기에 도전한다.

가장 쉬운 단계인 생수병 없이 한 달 살기(지구별곰탱이단계)부터 생수병과 일회용 빨대 없이 한달살기에 도전하는 지구별거북이단계, 플라스틱 일회용컵까지 사용하지 않는 지구별댕댕이, 비닐봉지까지 사용하지 않는 지구별고양이, 마지막으로 일회용 배달음식 용기까지 사용하지 않는 지구별집사단계로 구성됐다.

평범한 40대 주부인 손윤경씨도 그들 중 한명이다. 손윤경씨는 2단계인 거북이 단계에 도전했다.

손씨는 "쓰레기와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던 중 환경에 유해하지 않은 사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방법을 찾다가 플라스틱 없이 한달살기 체험에 도전하게 됐다"며 "이전에도 일회용컵 안쓰기 등 개인적으로 조금씩 플라스틱 안쓰기를 실천하다가 조금 더 동기 부여가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지난 한달간 생수병과 플라스틱컵을 쓸수 없게된 손씨에게 텀블러는 '생명줄'이나 다름없었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카페에서도 텀블러를 항상 지니고 다녔다.

빨대 역시 플라스틱 빨대나 종이 빨대 대신에 재활용 가능한 스테인리스 빨대를 마련했다.
 

손씨는 "플라스틱컵을 안쓰다보니 자연스럽게 일회용 수저 등 다른 플라스틱 제품을 조금씩 멀리하게 되더라"며 "손수건을 들고다니고 주방세제도 미세플라스틱이 없는 비누, 아크릴수세미는 천연마로 교체했다"고 말했다.

손씨의 작은 실천은 얼마 안있어 '선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텀블러를 사용하는 손씨를 보고서는 가족은 물론이고 동료나 친구들이 하나, 둘씩 "나도 해보겠다"고 동참한 것이다.

손씨는 "사실 일반인들이 평소에 만나 환경 문제에 대한 얘기를 잘 꺼내지는 않는데 플라스틱컵을 안쓴다고 하니 관심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제법 있었다"며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했다.

이어 "제가 무슨 플라스틱 안쓰기 전도사라는 건 아니다"며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을뿐 (환경 문제에)눈을 뜨려는 사람들이 있었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세탁 세제와 샴푸 등 우리 일상생활 곳곳에 예상치도 못한 곳에 플라스틱이 있다"며 "결국 기업이 플라스틱을 덜 생산하고 덜 소비해야 하는데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기업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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