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백씨와 그의 지인인 공범 김모씨(46)는 토요일이었던 지난 18일 오후 3시16분쯤 제주시 조천읍에 있는 한 주택에 침입했다.
간편한 운동복 차림이었던 두 피의자는 돌담을 타고 주택 뒷편으로 돌아 들어간 뒤 옆집 지붕을 딛고 주택 다락방으로 뛰어 올랐다.
그도 그럴 것이 백씨에게 이 주택의 구조는 눈에 훤했다. 이 주택에서 1~2년 간 피해자 A군(16)과 옛 연인인 A군 어머니, 자신의 아들까지 넷이서 함께 살았기 때문이다.
두 피의자는 그렇게 다락방에서 혼자 주택을 지키고 있던 A군을 무참히 살해했다. 다락방에 있던 청테이프로 A군의 입을 막고 A군의 손과 발까지 묶은 뒤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발표된 A군의 부검 결과도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였다.
25분 뒤인 오후 3시41분쯤 이 주택에서 먼저 빠져나온 건 백씨가 아닌 김씨였다. 김씨는 왔던 길로 되돌아나가 인근에 있던 차량을 타고 그대로 도주했다.
그렇게 같은 시간 A군 어머니의 주택에 숨진 A군과 단둘이 남게 된 백씨는 범행 현장인 다락방을 비롯한 집안 곳곳에 식용유를 뿌리기 시작했다.
주택에 불까지 지르려고 했던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지만 백씨는 불을 내지 않은 채 김씨 도주로부터 2시간27분 지난 오후 6시8분쯤에야 주택에서 빠져 나왔다. 그 역시 김씨처럼 왔던 길로 되돌아나가 인근에 있던 차량을 타고 도주했다.
경찰 조사 결과 백씨는 김씨와 함께 A군을 살해한 뒤 집안에 식용유를 뿌린 것 외에는 별다른 행위를 하지 않은 채 현장에 머물러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백씨는 "생각만 하다가 나왔다"며 다소 애매하게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백씨가 '헤어지자'는 A군 어머니의 말에 앙심을 품고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으나 A군 어머니까지 살해하려고 했는지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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