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중학생 살해사건의 주범인 피의자 백모씨(48)가 사건 당일 범행 직후 범행 현장 곳곳에 식용유를 뿌리며 2시간30분 가량 머물렀던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백씨와 그의 지인인 공범 김모씨(46)는 토요일이었던 지난 18일 오후 3시16분쯤 제주시 조천읍에 있는 한 주택에 침입했다.

간편한 운동복 차림이었던 두 피의자는 돌담을 타고 주택 뒷편으로 돌아 들어간 뒤 옆집 지붕을 딛고 주택 다락방으로 뛰어 올랐다.

그도 그럴 것이 백씨에게 이 주택의 구조는 눈에 훤했다. 이 주택에서 1~2년 간 피해자 A군(16)과 옛 연인인 A군 어머니, 자신의 아들까지 넷이서 함께 살았기 때문이다.

두 피의자는 그렇게 다락방에서 혼자 주택을 지키고 있던 A군을 무참히 살해했다. 다락방에 있던 청테이프로 A군의 입을 막고 A군의 손과 발까지 묶은 뒤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발표된 A군의 부검 결과도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였다.

25분 뒤인 오후 3시41분쯤 이 주택에서 먼저 빠져나온 건 백씨가 아닌 김씨였다. 김씨는 왔던 길로 되돌아나가 인근에 있던 차량을 타고 그대로 도주했다.

그렇게 같은 시간 A군 어머니의 주택에 숨진 A군과 단둘이 남게 된 백씨는 범행 현장인 다락방을 비롯한 집안 곳곳에 식용유를 뿌리기 시작했다.

주택에 불까지 지르려고 했던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지만 백씨는 불을 내지 않은 채 김씨 도주로부터 2시간27분 지난 오후 6시8분쯤에야 주택에서 빠져 나왔다. 그 역시 김씨처럼 왔던 길로 되돌아나가 인근에 있던 차량을 타고 도주했다.

경찰 조사 결과 백씨는 김씨와 함께 A군을 살해한 뒤 집안에 식용유를 뿌린 것 외에는 별다른 행위를 하지 않은 채 현장에 머물러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백씨는 "생각만 하다가 나왔다"며 다소 애매하게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백씨가 '헤어지자'는 A군 어머니의 말에 앙심을 품고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으나 A군 어머니까지 살해하려고 했는지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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