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처리가 점점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요즘은 플라스틱 폐기물이 골치거리가 됐다. 너무 종류가 다양하고 많은 양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산과 들에 쌓이고, 전 세계의 강과 호수와 바다로 흘러든다. 눈에 잘 띄지 않은 미세 플라스틱이 우리가 숨쉬는 공기 속으로 흘러들고 있다.

플라스틱 폐기물은 쓰레기 문제의 일부에 불과하다. 근래 잠잠해졌지만 한때 핵폐기물이 우리 사회에 큰 논쟁을 일으켰다. 핵쓰레기 문제는 아직 잠자고 있을 뿐 언제고 다시 사회 이슈가 될 수 있다.

8년 전 음식물 쓰레기가 우리 사회의 큰 이슈가 된 적이 있다. 해양에 쓰레기 투척을 금지한 '런던조약'에 의해 그해부터 한국이 음식물 쓰레기와 폐수를 바다에 버릴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외신에 우주 쓰레기 문제가 보도된 걸 봤다. 우주선을 쏘아올리면서 지구 주위 성층권에 폐기된 쓰레기가 우주선발사에 방해가 되고 물리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지구온난화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으로 보니 '21세기는 쓰레기 세기'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인류가 문명을 발전시키고 소비하고 버린 쓰레기가 지표면, 해양, 대기는 물론 우주 공간에 이르기까지 주체할 수 없게 쌓이고 있으니 말이다. 미래 세계 각국 지도자들은 쓰레기 청소작업을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지 모른다.

인간이 버리는 폐기물 중에 가장 골치 아픈 쓰레기는 뭘까. 그건 이산화탄소, 즉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다.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여 문명을 향유하면서 공기중으로 배출한 쓰레기다. 과학자들이 계산한 것을 보면 일년에 약 510억 톤이 배출된다.

이산화탄소 쓰레기는 양도 많고 한번 배출되면 수천년 수만년 동안 소멸되지 않고 공기 중에 축적된다고 한다. 과거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을 때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육지의 식물이나 바다의 녹색 조류가 영양분으로 흡수했다. 자연스럽게 탄소중립이 된 것이다. 그러나 산업혁명 후 대량으로 쏟아낸 이산화탄소는 녹색식물이 다 흡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공기속에 남아 지구기온을 높인다.

이산화탄소는 청소가 거의 불가능한 쓰레기다. 석유회사들이나 벤처회사가 과학기술자들을 동원하여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은 어림도 없다.

인류가 이산화탄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의한 것이 2015년 체결한 파리(기후)협약이다.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한국 등이 기세좋게 '2050년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이산화탄소 최대 배출국인 중국은 10년 늦게 2060년에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이 모두 지켜져서 2050년에 탄소배출과 식물의 탄소흡수가 중립을 유지한다해도 지구기온은 계속 올라갈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공기 중에는 산업혁명 이후 이산화탄소가 과잉으로 쌓여 있고 앞으로 30년간 더 쌓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7일 하와이 마우나로아 산 관측소에서 측정한 이산화탄소 수준은 419ppm이다. 산업혁명이 시작될 때가 280ppm이었으니 그때보다 약 50% 증가했다. 1958년 이산화탄소 실측 이래 최대 수치다. 지난 80만년 동안 없던 일이다. 21세기 초 일부 과학자들은 이산화탄소 수치 400ppm을 기후변화의 분수령으로 보았다. 이 수준을 넘으면 되돌릴 수 없이 온난화가 가속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더위를 피하려고 에어컨을 열심히 켜면, 전기가 더 필요하고, 전기를 더 많이 쓰면 화력발전소가 더 많은 화석연료를 써야 한다. 그러면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며 지구 기온은 더욱 올라가고 에어컨을 더욱 많이 켜야 하는 악순환이 된다.

올해 서유럽과 중국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와 미국 서부와 시베리아의 산불 뉴스를 들으면서 소위 '기후엔진'이 고장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기후재앙'이란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남아 있는 8월 폭염이 이 정도로 끝나 줄 것인지 걱정이다. <뉴스1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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