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제주의 '골목과 시장'이 변했다. 조용했던 거리가 카페와 음식점이 들어서고 볼거리가 늘면서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거리들과 맞닿아 있는 전통시장(상점가)도 옛 정취에 문화.예술이 더해지면서 이색적인 즐거움을 준다. 제주여행에서 그냥 지나치면 아쉬움이 남는 골목길·전통시장을 소개한다.

제주 서부의 한림읍. 제주에서 가장 큰 어항이 있는 덕에 싱싱한 수산물이 넘친다. 농업이 발달해 신선한 농산물 공급도 원활했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1950년대부터 한림오일장과 한림매일시장 2개의 시장이 섰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림읍 중심에서 70년째 자리를 잡고 있는 한림매일시장. 20분 남짓 발품을 팔면 다 돌아볼수 있을 만큼 작은 규모다.

오래된 양장점, 방앗간, 잡화 상점, 신발가게 등 세월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60개의 상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있을 건 다 있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다.

상가를 살짝 벗어나면 '쌀'상회며 이용원, 다방, 오래된 여관 등도 자리를 잡고 있다.

과거 '화려함'은 뒤로하고 지금은 단골손님들의 응원에 힘입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 시장에서는 자신의 오랜 단골집 주인장의 안부를 옆 가게 사장에게 묻는 것도 흔한 풍경이다.

한림매일시장에도 유명한 맛집들이 적잖다. 돼지족발과 순대 맛이 일품인 순대국밥집과 해산물 요리 전문점은 알아주는 맛집이다.

1970년대 한림운동장 인근으로 이사 간 한림민속오일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한림매일시장과 차로 3분 남짓. '10리'도 못간 격이다.

크지 않은 규모지만, 잘 정리된 모습이 인상적이다. 여느 오일장과 마찬가지로 수산물부터 야채청과, 생활용품, 의류. 신발 등등 농촌에서 필요한 모든 물품들을 팔고 있다.

인정 역시 넘쳐난다. 이곳 저곳에서 물건값을 흥정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깎아달라고 조르는 손님과 안 된다고 버티는 사장님. 궁극에는 대부분 손님이 웃는다. 물건 값을 깎아주지 못하는 사장님들은 적어도 '덤'을 얹어주는 것으로 인심을 쓴다.

먹을거리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빙떡에 간식, 붕어빵. 군침이 돈다. 분식도 있는데 요새 꽤나 유명한 김밥집은 점심 전부터 '20분 대기'는 기본이다.

농업이 발달했던 지역이니만큼 대장간도 2곳 있다. 망치로 뚝뚝 두드리며 농기구를 만드는 장면도 볼 수 있다.

한림민속오일장은 '조끄뜨레시장'이라는 이름도 갖고 있다. '조끄뜨레'는 제주어로 '가까이' '옆'이라는 뜻이다.

한림을 지나 서귀포·대정 방면으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한경면'.

최근 물놀이 명소로 유명한 '판포포구'가 있는 지역이다. 인구도 많지 않고 대정과 한림과 인접해 있는 탓에 시장은 물론 드러내놓고 상권이라고 부를 만한 곳도 마땅치않다.

그나마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한경면사무소 앞. 도시에서는 흔하디 흔한 3층 높이의 건물도 공공기관 건물 말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한경면사무소 앞을 지나는 '두신로'에는 도민맛집으로 등극한 식당들이 적잖다. 제주산 돼지고기가 듬뿍한 두루치기를 비롯해 자장면 맛이 일품이 중국집, 해장국집, 족발집 등등.

몇 걸음 더 옮기면 면 전문점과 베트남 여리 전문점도 있어 점심시간이면 식당을 방문한 차량으로 도로 옆 노상주차장은 순식간에 만차다.

지역주민 뿐 아니라 4개의 올레코스가 지나는 지역이고, 청수곶자왈 등 생태체험이 가능한 숲이 많아 최근에는 입소문을 타고 관광객들의 발길도 제법 늘었다.

취향에 따라 다양한 먹을거리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제주에서 가장 '제주다운 곳' 한경에서 느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제주도경제통상진흥원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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