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제주 주말 관광지는 완연한 가을날씨를 즐기는 도민과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26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월정해수욕장은 꽤 선선한 날씨에도 방파제를 넘는 높은 파도를 즐기려는 서퍼들의 발걸음이 계속됐다.

서핑보드를 둘러메고 백사장으로 향하는 이들은 바다로 뛰어들기 직전이라는 이유로 대부분 '노마스크' 상태였다.

추석 연휴 직후인 지난 23일부터 제주지역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하향 조정된 만큼 4명이 넘는 관광객 무리도 쉽게 눈에 띄었다.

제주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서도 사적모임은 4명까지 허용하지만, 백신 접종 완료자가 4명 포함될 경우 최대 8명까지 모일 수 있다.

유명 식당과 카페가 밀집한 골목은 차 한 대 지나가기도 빠듯했고, 식당마다 빼곡한 손님들로 거리두기가 지켜지기는 힘든 모습이었다.

이미 입소문을 탄 지 오래인 인근의 한 캐릭터 실내체험시설 주차장 역시 이미 차 댈 곳 없이 만차 상태였다.

북적이는 제주 곳곳을 지켜보는 도민들은 애가 탄다.

현모씨(35)는 "이제 막 거리두기가 하향되면서 자영업자들 숨통이 트이나 했는데 연휴 직후 확진자가 늘어나는 걸 보니 걱정이 앞선다"며 "이러다 또 4단계로 조정될까, 아침만 되면 확진자 수가 뜨길 기다리는 게 일"이라고 말했다.

제주 역시 추석연휴 후폭풍을 맞고 있다. 전날인 25일의 경우 밤사이 추가 확진자 없이 7명을 유지했으나 연휴 직후인 지난 23일과 24일 이틀 각각 14명, 15명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주 신규 확진자가 다시 두 자릿수로 돌아선 것은 지난 9일 이후 2주 만이다.

현재 제주는 신규 확진 10명 내외를 유지하고 있으나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감염 확산세가 거세지며 방역당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곡선을 분석한 결과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폭증할 시 약 열흘 후 제주에서도 확산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3차 대유행을 겪었던 지난해 11~12월 제주에서는 약 보름 후부터 확진자가 급증했다. 이때 제주 확진자 수는 12월 340명, 올해 1월 101명 등 두 달간 441명이었다.

특히 이번 추석 연휴 약 25만 명의 관광객이 제주를 찾은 만큼 잠복기를 고려할 때 다음주 확진자가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음달 개천절과 한글날 대체공휴일이 모두 월요일에 몰리는 황금연휴가 2주 연속 이어지며 외부유입에 의한 감염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임태봉 제주코로나방역대응추진단장은 "추석 연휴 동안 전국에서 이동량이 많아지며 제주도도 예상보다 많은 관광객이 다녀갔다"며 "다음주쯤 잠복기가 끝나면서 도내 확진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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