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학교 앞 사거리에서의 4중 추돌사고로 62명의 사상자를 낸 40대 화물기사가 항소심에서 1심의 금고 4년형이 너무 무겁다고 호소하자 유족들이 법정에서 격분했다.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방선옥 부장판사)는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41·대구)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3년차 화물기사인 A씨는 지난 4월6일 화물차에 적재중량 보다 2500㎏ 많은 총 8300㎏의 한라봉 등 감귤류를 싣고 경사도가 큰 516로를 주행하던 중 브레이크 경고등이 켜졌음에도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채 다시 주행했다.

결국 A씨는 같은 날 오후 6시쯤 제주대 앞 사거리에서 1톤 트럭과 승용차, 시내버스를 잇따라 들이받는 4중 추돌사고를 냈고, 그 결과 3명이 숨지고 59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모두 6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후 구속 기소된 A씨는 지난 7월20일 1심에서 금고 4년에 벌금 2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틀 뒤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앞서 A씨에게 금고 5년형을 구형했던 검찰은 형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각각 항소했다.

사망한 피해자 B씨의 유족은 이날 공판에서 재판부로부터 발언권을 얻어 "3년 동안 기도해 낳은 아들이 하루아침에 하늘나라로 갔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아 매일 가슴이 무너지고 있는데 A씨는 어떻게 항소를 하느냐. 사람이 맞느냐"고 울먹였다.

사망한 피해자 C씨의 유족 역시 "이유가 뭐든 A씨가 항소한 사실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재판부를 향해 "법이 정한 최고 형량으로 A씨를 엄벌해 달라"고 호소했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으로 상당히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으나 피고인은 대부분의 피해자와 합의하지도 못한 상황"이라며 1심 때와 마찬가지로 A씨에게 금고 5년, 벌금 20만원을 구형했다.

이에 A씨의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과적 문제는 아무런 권한이 없는 피고인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고, 제주에서 두 달 남짓 운전한 피고인은 고용주로부터 제주 지리에 대해 어떠한 교육이나 안내를 받은 적도 없다"면서 재판부에 선처를 구했다.

특히 A씨의 변호인은 앞선 유족들의 발언을 의식한 듯 "검찰의 항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항소를 하게 됐다"면서 "피고인은 항소로 인해 유족들이 또다시 상처받을까 염려했었다"고 항소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감당할 수 없는 큰 죄를 지어 죄송하다"며 "제 처지상 피해자들에게 아무 것도 해 드리지 못한 것 또한 죄송하다"고 방청석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였다.

선고는 11월11일 오전 10시10분에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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