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제주 사람들은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특유의 공동체 정신을 발휘하며 살아 왔다. 2021년 지금도 이 같은 공동체 정신을 우리에게 깨우쳐 주는 이들이 있다. 우리는 이들을 '의인(義人)'이라고 부른다. 이웃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그들은 하나같이 "누구라도 했을 일"이라고 손을 내저었다. 뉴스1 제주본부는 제주 사회를 따뜻하게 만든 의인들의 당시 활약상과 후일담을 들어본다.
 

'서귀포해양경찰서 민간해양구조대 중문지역대'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 있는 해양레저기업 '퍼시픽 마리나' 건물 한 켠에 붙어 있는 현판 문구다.

문구 그대로 해경을 도우며 서귀포시 중문 앞바다의 안전을 지키고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이 현판이 설치된 지도 올해로 벌써 6년째.

퍼시픽 마리나는 수많은 감사패를 비롯해 지난해 해양경찰청으로부터 '바다의 의인상'을 수상하는 등 널리 그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이 기업의 오랜 노력이 가장 빛을 발했던 순간은 지난해 9월22일 오후 중문해수욕장 인근 해상에서 스쿠버 다이버 3명이 실종됐던 때다.
 

당시 해경은 한 낚시어선으로부터 스쿠버 다이빙 업체 사장 A씨(28)와 손님 B씨(47), C씨(37·서울)가 바다에서 실종됐다는 신고를 받고 헬기 등을 동원해 실종자 수색에 나섰지만 강풍과 조류 등으로 여의치 않은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 때 해경으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은 퍼시픽 마리나가 얼마 지나지 않아 우연히 실종 지점에서 6㎞ 정도 떨어진 해역에서 실종자들을 극적으로 발견하고 그 즉시 자체적으로 구조선을 출동시켜 실종자들을 전원 구조한 것이다.

당시 직접 구조선을 몰고 가 실종자들을 끌어올렸던 한석현 기관장(28)은 "굉장히 겁에 질려 있던 실종자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다행히 미리 챙겨간 담요와 손난로, 육지에서 대기 중인 자체 의료팀 등의 지원으로 빨리 안정이 됐다"고 했다.

한 기관장은 이어 "산소통을 확인해 보니 여유산소도 얼마 남지 않았던 급박한 상황이었는데 신속하게 구조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며 "저희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도 했다.
 

이 밖에도 퍼시픽 마리나는 평소 해경이 요청하지 않아도 이안류에 먼 바다로 떠밀려가는 사람들을 구조하거나 장비에 이상이 생긴 레저기구를 견인하는 등 해양사고 안전활동에 열심이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한 달에 한 번 자체적으로 사고 예방 훈련을 실시하는가 하면 기회가 될 때마다 해경이 실시하는 대규모 민관 합동 훈련에도 참여할 정도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퍼시픽 마리나는 '인명 구조율 100% 유지'라고 짧게 답했다.

박성훈 퍼시픽 마리나 구조대장(40)은 "현재 갖춰져 있는 시스템을 잘 활용하는 동시에 발전시켜 나가는 게 중요할 것 같다"며 "앞으로도 해이해지지 않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했다.

고정학 퍼시픽 마리나 대표(59)는 "마리나 시설을 갖추고 사업하는 입장에서 제주도민과 관광객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5분 대기조'인 저희의 구조·의료팀을 보다 많은 분이 알아 주시고 이용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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