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학교 급식실에서 손가락 절단사고가 잇따르자 기계 결함을 인정하며 공식 사과했던 제주도교육청이 정작 법정에서는 피해자 탓을 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제주지방법원 민사3단독(조병대 부장판사)은 20일 제주 학교 급식실 노동자 A씨가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을 상대로 제기한 1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2차 공판을 열었다.

A씨는 2020년 5월 근무지인 제주시의 한 학교 급식실에서 음식물류 폐기물 감량기 배출구에 낀 찌꺼기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다가 오른쪽 손가락 4개를 잃는 사고를 당했다.

작동 정지 버튼을 누른 뒤 작업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기계가 작동하면서 오른손이 기계 안으로 빨려 들어갔던 것이다.

A씨는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에게 근로계약상 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채무 불이행 책임을 물어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이 교육감은 2018년 10월부터 2020년 6월까지 급식실에서 A씨 사례를 포함해 모두 네 차례의 음식물류 폐기물 감량기에 의한 손가락 절단 사고가 발생하자 2020년 7월1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공식 사과했었다.

당시 이 교육감은 "같은 기계의 의해 반복적으로 발생한 일이라면 관련 사고들은 노동자 개인의 부주의가 아닌 기계 설비에 의한 것"이라고 했었다. 이 교육감은 지난해 11월23일 제주도의회 교육행정질문에서도 같은 입장을 피력했었다.

그러나 제주도교육청은 지난해 10월28일 첫 공판에 이어 이날 공판에서도 앞선 이 교육감의 발언과 반대되는 입장을 보였다.

제주도교육청 측 변호인은 먼저 "사고가 발생한 경위는 인정하지만 기계 오작동은 (사고 원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인은 특히 "기계를 청소할 때에는 청소도구를 이용하도록 해 기계 안에 손을 넣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사고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기도 했다.

이 밖에도 이 변호인은 사고 관련 자료를 요구하는 재판부에 "지금은 음식물류 폐기물 감량기 시스템이 개선돼 (사고 당시 상황을) 재현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소극적인 태도로 발뺌까지 했다.

이에 A씨의 변호인은 "기계 안에서 음식물류 폐기물이 굳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건 다 손으로 떼어 내야 한다"면서 "작동 정지 버튼을 누른 상태였기 때문에 기계가 다시 작동할 것이라는 예견을 할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선고는 2월17일 오후 1시에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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