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의 자가진단키트에 선명한 두 줄이 떴다. 양성이었다. 지인의 코로나19 확진 소식을 들은지 5일째 되는 날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일 자가진단을 해온 A씨는 바로 짐을 쌌다. 제주에서 머물고 있던 숙소에 피해를 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바로 선별진료소로 달려간 A씨는 PCR검사를 받았다.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다음 날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갈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숙소로 돌아갈 수도, 다른 곳을 찾아보기도 난감했던 A씨는 결국 제주도내 B보건소에 전화를 걸었다. 임시격리시설이 있는지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당장 밤을 지낼 곳이 없던 A씨에게 돌아온 답변은 황당했다.

“자가진단키트로 양성 판정 나온 건 말하지 말고 숙박업소로 가세요.”

당황한 A씨는 재차 다시 물었지만 PCR 검사로 확진자가 되기 전까지 제공하는 격리시설은 없다는 말이 돌아왔다.

보건소 관계자는 자가진단키트라도 양성 판정이 나온 사람을 받아 줄 숙소는 없을 테니 그 사실 자체를 숨기라고 안내했다.

실제 A씨는 호텔 등 숙박업소 5곳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했지만 모두 객실 제공을 거절했다. 결국 무인으로 운영되는 숙박업소를 예약했지만 찝찝함은 지울 수 없었다.

A씨는 “죄책감이 들었지만 당장 갈 곳이 없었다. 아무리 무인 시스템으로 입실한다고 해도 퇴실 후 양성자가 쓴 물건과 객실을 치우는 사람이 있지 않겠느냐”며 “코로나19 증상도 있었기 때문에 전파 가능성도 염려됐다. 보건소 관계자도 그 부분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A씨는 다음 날 점심 즈음 PCR 검사 결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예상했던 대로였다. 그러나 생활치료센터로도 바로 입실할 수 없었다. 순번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A씨가 이날 숙박업소에서 퇴실 후 생활치료센터로 입원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7시간이 넘었다. 그사이 또 다른 담당자가 수차례 전화를 걸어와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여러 차례 물었지만 생활치료센터에는 오후 9시가 넘어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제주에서는 지난 11~14일 나흘 연속 500명 이상 확진자가 쏟아진 가운데 타지역 거주자도 하루 약 50명씩 확진됐다.

A씨와 같이 재택치료가 어려운 확진자는 제주 제5생활치료센터로 입원해 격리한다. 그러나 제주에서 PCR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입도객 등이 머물 수 있는 격리시설은 전무하다.

질병관리청은 자가진단키트 활용을 확대하고 있지만 막상 이를 통해 양성 판정을 받은 PCR 검사자에 대한 관리는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최근 제주도내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제5생활치료센터의 병상 가동률은 총 437병상 중 4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행정 파견인력과 제주대학병원 파견 간호사, 계약직 등이 근무하며 병상 소독, 확진자 관리 등을 하고 있지만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업무 과중은 물론 확진자 일부도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확진자 성별 기록이 바뀌어 혼숙을 할 상황에 놓이는가 하면 엑스레이 등 검사 과정에서 명단이 누락되는 일 등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 제5생활치료센터 관계자는 “최근 확진자가 많이 나오면서 센터 내 업무가 과중되고 있다. 확진자 퇴실 후 병상 정리와 소독 등에 시간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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