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구축한 송악산 동굴(갱도)진지 훼손이 심화되자 보전관리방안 마련에 나선다.

제주도는 올해 '일제동굴진지(송악산) 보존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한다고 18일 밝혔다.

제주도는 송악산 해안절벽 붕괴 등으로 동굴진지 입구가 매몰되는 등 훼손이 가속화되자 문화재청과 보존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협의를 진행해 왔다.

그 결과 국비 1억원과 지방비 1억원 등 2억원의 용역비를 올해 확보했다.

송악산 해안에는 일제가 파놓은 동굴진지 15개가 있다. 지난 2013년 송악산 동북쪽 해안절벽이 붕괴되면서 동굴진지 1번과 2번 입구가 훼손된 후 추가로 지난해 3월까지 4차례 무너지면서 진지동굴 6개가 훼손됐다. 일부(2개)는 입구가 막혀 있는 상태다.

하지만 송악산 동굴진지 훼손 상황 등에 대한 실태조사는 가능하겠지만, 실제 원형보전 방안 등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송악산 해안절벽은 모래층과 화산쇄설물(송이)로 이뤄져 지반이 약해 언제든지 추가 붕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안전진단용역에서 송악산 절벽붕괴를 막기 위해 옹벽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원형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추진하지 못했다.

다만 추가붕괴에 따른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송악산 해안변의 출입만 통제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번 용역에서 (송악산 동굴진지 훼손 등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라며 "결과에 따라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보전관리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패망 직전 일본군은 마지막 발악으로 '옥쇄작전'을 감행했다. '옥쇄'(玉碎)란 일본 본토와 명예를 지키기 위해 깨끗하게 죽음을 택한다는 뜻이다.

특히 일본군은 본토를 방어하기 위한 마지막 거점을 제주도로 정했다. 제58군 7만4781명의 병력을 배치하는 '결7호'(決七號)라는 작전명으로 제주도 전 지역을 요새화했다.

유명 관광지가 된 성산일출봉을 비롯해 송악산, 서우봉, 삼매봉, 수월봉, 추자도 등 주요 해안 거점에 동굴진지를 구축했다. 미군 상륙 함정을 공격할 해군 특공대의 소형 함정과 어뢰 등을 숨기기 위한 목적이다.

한국동굴안전연구소와 제주도동굴연구소가 2021년 8월 발간한 '근대전쟁유적 제주도 일본군 동굴진지(요새) 현황조사 및 증언채록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군이 제주에 만든 동굴진지의 수는 제주시 지역 75곳에 278개, 서귀포시 지역 45곳에 170개 등 모두 120곳에 448개다.

이들 가운데 어승생악 복곽진지, 가마오름 주저항진지, 서우봉 해군 특공대 기지, 섯알오름 전진 거점, 송악산 해군 특공대 기지, 일출봉 해군 특공대 기지, 송악산 지네형 동굴진지 등 7곳 73개는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하지만 나머지 375개의 동굴진지는 사실상 방치돼 매몰 또는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다.

제주도는 송악산 동굴진지 보전관리방안 연구용역에서 제시된 대책을 토대로 다른 동굴진지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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