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자생 '왕벚나무'를 전국에 보급하는 운동이 본격화된다.

21일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측에 따르면 사단법인 '왕벚프로젝트2050'은 지난 18일 신구대학교식물원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초대 회장은 신준환 전 국립수목원 원장이 선출됐다. 발기인으로는 각계 인사 111명이 참여했다.

사단법인 '왕벚프로젝트2050'은 국내·외 벚나무류의 조사, 연구, 홍보 등을 목적으로 창립됐다.

특히 2050년까지 국내에 식재된 일본산 벚나무(소메이요시노 벚나무)를 제주산 왕벚나무로 갱신하는 등의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신준환 회장은 "진해·경주·구례·군산 등 벚꽃명소는 물론 국회의사당과 현충원, 왕릉, 유적지 등에 있는 벚나무 수종을 조사해 결과를 발표하겠다"며 "결과에 바탕으로 왕벚나무 묘목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보급하겠다"고 말했다.

㈔왕벚프로젝트2050에 따르면 일제 패망 후 자취를 감췄던 벚나무가 1960년대 영향력 있는 일본인과 일본 기업·단체, 재일교포가 묘목을 대규모로 기증하면서 전국에 확산됐다. 진해 군항제의 벚꽃공원과 국회의사당 벚꽃길 등은 일본에서 도입된 묘목으로 조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 식재된 벚나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본산 벚나무(소메이요시노 벚나무)는 한라산에 자생하는 왕벚나무와 유사하지만 서로 다른 별개의 종(種)이다.

제주 왕벚나무는 제주에 자생하는 올벚나무를 모계로 하고, 산벚나무를 부계로 하고 있으며 섬이라는 고립된 환경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했다.

일본 왕벚나무는 올벚나무를 모계로 하고, 오오시마 벚나무를 부계로 해서 수 백년 전 인위적인 교배로 만들어진 잡종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진오 왕벚프로제트2050 사무총장(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장)은 "한라산에 자생하는 왕벚나무에 대한 연구 결과 유전적 다양성이 뛰어난 반면 일본산 벚나무는 1960년대 이후 접목 방식으로 주로 보급되면서 유전적 다양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한라산을 중심으로 도내 173곳에 194그루의 왕벚나무가 자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중 봉개동·관음사 등의 왕벚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한편 제주 왕벚나무는 전 세계에서 제주도에만 자생하는 특산종이다. 나무의 키가 크고 웅장하며, 꽃보다 잎이 먼저 자라나는 일반 벚나무와 달리 꽃이 먼저 피어난다.

꽃자루 하나에 꽃이 여러 개 달려 다른 벚나무에 비해 화려한 것이 특징이 있다.

프랑스인 천주교 신부로 제주에 부임한 에밀 타케는 1908년 한라산 관음사에서 자생하고 있는 왕벚나무를 발견, 유럽 학계에 보고했다.

그런데 왕벚나무는 일본에서 먼저 발견됐다. 1901년 도쿄 우에노공원에 있는 새로운 벚나무가 발견됐다. 당시 일본 학계는 해당 벚나무의 자생지를 찾고 있었다.

타케가 발견한 왕벚나무 표본을 받은 독일 베를린대 쾨네 박사는 1912년 두 나무가 똑같은 왕벚나무이고, 그 자생지는 제주도라고 발표하면서 '한·일 왕벚전쟁'이 벌어졌다.

2018년 산림청 국립수목원이 유전체(게놈)를 완전히 해독, 제주 왕벚나무와 일본 왕벚나무는 서로 다른 별개의 종(種)으로 확인하면서 100년 이상 끌어온 왕벚나무 원산지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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