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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검사, 그들이 무섭다. 그리고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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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9세기 러시아 제정의 부패는 매우 심각했던 것 같다. 황실 사치와 관료 부패로 나라 재정이 파탄 났고 농노(農奴)로 불린 백성의 삶은 비참했다. 오죽했으면 차르(황제)가 빚에 못 이겨 알래스카를 720만 달러에 미국에 팔아넘겼을까.

1836년 니콜라이 고골리가 관리들의 부패와 타락을 풍자한 희곡 ‘검찰관 (The Government Inspector)’을 내놓자 러시아 지식층은 크게 반겼고 이 작품은 곧바로 인구에 회자되었다.

희곡에서 ‘검찰관’은 황제의 칙령을 받고 관료의 비행을 적발해서 바로잡는 사정(司正) 관리다. 조선시대의 암행어사 비슷한 직책이었던 모양이다. 소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러시아 어느 소도시에 황제의 ‘검찰관’이 파견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시장을 중심으로 경찰서장, 교육감, 판사, 우체국장, 병원장 등 지역 관리와 유지들이 공포에 휩싸인다. 자선병원은 ‘죽을 사람은 죽고, 살 사람은 산다’는 식으로 운영되고, 판사는 법원에 사냥 도구를 갖다 놓고 일은 하는 둥 마는 둥하였으며, 시장도 장사꾼들에게 세금을 마음대로 걷는 등 이들은 모두 부패하고 타락한 관료들이었다. 이들은 제발이 저려서 시장 집에 모여 어떻게 하면 검찰관에게 책잡히지 않고 잘 보일 것인가를 놓고 대책을 강구한다.

마침 이 도시의 한 여관에 도박으로 돈을 날린 페테르부르크의 건달 청년이 종자와 함께 묵고 있었는데, 마을 유지 한 사람이 이 건달을 암행 검찰관으로 오해해 헐레벌떡 시장에게 ‘검찰관이 여관에 묵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한다. 시장은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하면서도 검찰관에게 잘 보여 위기를 모면할 궁리를 한다.

시장은 여관으로 찾아가 이 덜 떨어진 청년에게 아첨을 떨며 자기 집으로 극진히 모신다. 이 소식을 들은 교육감 병원장 우체국장 경찰서장도 찾아와 인사를 하고 돈을 바친다. 전후 사정을 알아챈 청년은 진짜 검찰관인 체하며 시의 유지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시장의 아내와 딸에게 추파를 던지고 시장으로부터 딸과의 혼인 승낙을 받는다. 검찰관 사위를 맞게 됐다고 판단한 시장은 유지들에게 거드름을 피운다.

검찰관이 시장 집에 묵는다는 소문을 듣고 상인들이 떼를 짓고 몰려와 청년에게 하소연한다. 내용인즉슨 시장이 돈과 물건을 빼앗는 등 상인들을 못살게 구니 처벌해달라는 것이다. 청년이 “시베리아행 벌을 받아야 한다”며 맞장구를 치면서 돈을 요구하자 상인들은 달라는 돈보다 더 많이 바친다.

불안을 느낀 종자가 청년에게 떠나자고 보채고, 청년은 며칠 친척집에 다녀오겠다고 말하고는 우체국장이 마련해준 가장 빠른 마차를 타고 떠나 버린다. 청년은 수도에 사는 친구에게 이 소도시에서 벌어졌던 관료들의 한심한 행동거지를 비웃는 내용의 편지를 특수 우편으로 부친다. 우체국장이 이 특수 우편을 몰래 열어보고 청년이 가짜 검찰관임을 알게 되자 헐레벌떡 시장에게 이 사실을 보고한다. 시장과 유지들은 충격에 빠진다.

그때 헌병이 나타나 보고한다. “칙령을 받고 페테르부르크에서 오신 검찰관께서 여러분들을 즉시 불러오라 합니다. 여관에 계십니다.”

희곡은 이렇게 끝난다.

당시 페테르부르크의 관객들은 ‘검찰관’을 관람 중 폭소를 터뜨리며 즐겼다고 전해진다.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타락과 부패를 속 시원하게 풍자한 코미디 한 편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기 때문이다.

1836년 첫 공연을 몸소 구경하고 난 황제 니콜라이 1세의 논평이 아주 극적이다. “모두들 실컷 우롱당했군. 그러나 가장 우롱당한 건 차르인 나야.”

지금 한국에선 실제 ‘검사장 급 비리’ 3막이 진행 중이다.

제1막은 변호사로 변신한 전직 검사장 홍만표 변호사의 비리.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변호로 비리의 꼬리가 잡힌 홍 변호사는 개업 후 3개월이라는 초 단기간에 수백억원의 재산을 모을 정도로 수완이 좋았는데, 그의 비리 의혹 핵심은 전관예우의 의심 사례인 62건의 몰래 변호 혐의다. 그러나 검찰은 몰래 변호와 관련된 정보제공을 거부하며 외부에서는 결코 깨고 들어갈 수 없는 ‘검사 집단’이라는 철벽 같은 존재를 부각시켰다.

제2막은 진경준 현직 검사장의 뇌물주식 대박 사건. 그는 게임업체 넥슨의 창업주 김정주 회장의 배려와 뇌물로 126억원의 주식 대박을 터뜨렸는데, 주식매매과정과 매입자금에 대하여 끝없는 거짓말을 하였다. 검찰직무를 자신의 비즈니스에 이용하는 탐욕을 저지르고, 사건이 터진 후에는 꼼수와 거짓말로 진실을 가리려 했다. 그런데도 진경준 스캔들이 처음 나왔을 때 검찰은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내사 종결 처리했으니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제3막은 검사장 급 검찰요직을 지내다 대통령 최측근으로 자리잡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행태. 민정수석은 검찰 등 모든 사정기관을 총괄하고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을 맡고 있는데, 그럼에도 우 수석은 진경준 검사장의 넥슨 주식 보유건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게임회사 넥슨이 그의 처가 소유 강남땅을 편의 매입한 것과 관련한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서의 자질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과연 그가 국가 요직의 최종 여과장치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질과 공직관이 있느냐는 국민적 비판을 받고 있다.

검사는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존재다. 사정(司正) 직책이 갖는 엄중한 속성 때문이다. 그래서 검사는 공정, 공평해야 한다. 본인도 그런 자세를 끊임없이 가다듬어야 하고 검찰조직도 권한의 남용과 오용을 제어할 체제를 가동해야 한다. 모든 검사가 홍만표, 진경준, 우병우 세 사람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오히려 원칙을 지키며 검사생활을 하고 싶어 하는 검사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위 3인도 검사임명을 받았을 땐 똑똑하다는 평을 한 몸에 받으며 정의의 ‘법 날’을 갈았던 청년 검사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도 사정 권력의 달콤한 집단 중독을 피해가지 못한 것 같다. 지금까지 드러난 그들의 불법, 비리, 거짓말과 변명의 행태를 보면서 받은 국민의 상처는 치유하기 힘들 만큼 깊다. 검찰은 몇몇 미꾸라지 때문에 망신당했다고 여길지 몰라도 국민은 실컷 우롱당했다. 차르의 탄식에 공감이 간다.

‘헬 조선’이라는 자학과 욕설이 이래서 나오는가 보다. 대통령도 국회도 검찰개혁을 할 수 없을 것 같으니 더욱 그렇다. 대한민국 검찰이 지금 쓰고 있는 막장 드라마는 희극일까 비극일까 <본사 고문>

  just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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