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톳이나 미역 같은 건 줄 알고 들여다보니 아니네요."

날이 따뜻해지는 이맘 때면 푸른 빛을 자랑하는 제주 바다를 갈색으로 물들이고 악취까지 뿜어내는 불청객이 등장한다. 갯바위는 물론 수면 위까지 점령한 불청객의 정체는 바로 '괭생이모자반'이다.

제주에 유입되는 괭생이모자반의 주 발생지는 중국이다.

중국 연안에서 발생한 괭생이모자반 군집은 해류와 바람의 영향으로 동중국해와 황해남부를 지나 제주와 전남 연안 등으로 유입된다. 봄철인 3~6월 사이 기승을 부린다.

국립과학수산원이 2017년 제주에 유입된 괭생이모자반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중국 저우산군도에 분포하는 종과 염기서열이 99.9% 이상 같은 것으로 밝혀졌다.

괭생이모자반은 여름 들어 수온이 20도 가까이 오르면 해조류 끝부분이 녹아 떨어지거나 물 속으로 가라앉는 '끝녹음' 현상이 일어나 자연적으로 소멸한다.

그러나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 전 수산업에 큰 피해를 끼치고, 썩으면서 악취까지 풍기다보니 행정이 선제적인 수거 작업에 팔을 걷어붙일 수밖에 없다.

괭생이모자반은 최대 5m까지 자라 대규모 띠 형태로 이동하기 때문에 선박 스크류에 감겨 조업에 지장을 초래하고, 양식장 그물 등에 달라붙어 시설을 파손한다. 괭생이모자반을 피하던 어선이 좌초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괭생이모자반 관련 어업 피해액은 2015년 3억5600만원에서 2021년 19억6900만원까지 급증했다.

제주 해역에 유입된 괭생이모자반 수거량은 해마다 편차를 보이지만 최근 2년 사이 수천톤이 급증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6년 2441톤, 2017년 4407톤, 2018년 2150톤, 2019년 860톤, 2020년 5186톤, 2021년 9756톤의 괭생이모자반이 수거됐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1월에만 5913톤의 괭생이모자반이 수거되며,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던 2020년 전체 유입량을 단번에 뛰어넘기도 했다.

이렇게 막대한 양의 괭생이모자반이 수거되지만 당장의 처리방법은 말린 후 퇴비로 사용하거나 소각·매립하는 방법 뿐이다. 특히 제주에서는 괭생이모자반을 비료로 처리하는 기반이 빠르게 마련돼 지난해 수거된 모자반의 99%인 9700여 톤이 농가에 무상 제공됐다.

괭생이모자반은 제주 토속음식인 몸국 재료로 사용되는 참모자반과 달리 삶아도 부드러워지지 않아 식용으로 적합하지 않다.

다만 괭생이모자반을 치료제나 기능성 화장품으로 개발하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어 향후 활용성에 대한 기대도 꾸준하다.

실제로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괭생이모자반 추출물에서 염증성 피부 질환인 건선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효능을 발견하고, 특허 출원을 마쳤다. 또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추출물에서 콧속 물혹, 축농증 예방 효능을 발견하고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제주해양수산연구원은 괭생이모자반을 갯녹음 어장에 서식하는 성게 먹이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도 제주 북부 해안을 중심으로 괭생이모자반이 유입되며 현재까지 약 400여톤이 수거됐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모자반 유입에 대응하기 위해 인공위성을 통해 괭생이모자반 덩어리의 이동 상황을 살피고 있다.

다만 전문가가 ‘도깨비 같다’고 표현할 정도로 해류, 바람 등에 의해 모자반 움직임이 시시각각 변해 정확한 예측은 쉽지 않다.

오현주 국립수산과학원 박사는 “제주 남서부 해역에 괭생이모자반이 다량 분포하고 있고, 강한 남서풍이 지속될 경우 5월 중 제주 해역으로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며 “해류와 바람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국내에 근접할 것에 대비해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지난 1월 괭생이모자반 유입에 대비한 유관기관 합동 상황 대책본부를 꾸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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