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대표적인 장기미제사건인 제주 변호사 살인사건과 관련해 살인 범행을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이 11일 열렸다.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형사부(재판장 이경훈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제주지방법원에서 살인, 협박 혐의로 구속 기소돼 원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은 김모씨(56)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원심 판결에 대해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고 형량도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김씨가 계획적으로 살인 범행을 저지른 고의성을 입증하겠다며 피해자 부검 감정의와 사건 현장 혈흔 분석가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검찰은 "피고인과 범행을 공모한 공범은 매우 날카롭게 특수제작된 흉기를 준비해 흉골을 한 번에 뚫을 정도의 강한 힘으로 피해자를 찔렀다"며 "이는 살인의 고의를 가진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당시 부검 감정의를 상대로 범행에 사용된 흉기와 피해자의 상처 등에 대한 증언을 상세히 청취하겠다"고 했다.

검찰은 또 원심 재판부가 현장 혈흔 분석 결과를 근거로 우발적 살인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도 "원심의 추론이 맞는지 담당 혈흔 분석가를 상대로 당시 범행의 양상을 명백히 살필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김씨의 변호인은 "관련 내용이 감정서 등에 명확히 기재돼 있어 증인 신문은 불필요하다"고 맞섰지만, 재판부는 증인 채택과 함께 6월15일 오전 10시에 증인 신문을 하기로 결정했다.

김씨의 경우 검찰과 반대로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로, 김씨 변호인은 다음 기일까지 관련 증거에 대한 의견을 밝히기로 했다.

한편 제주의 한 폭력범죄단체 '유탁파'의 행동대장급 인사였던 김씨는 1999년 8~9월 사이 누군가로부터 현금 3000만원과 함께 '골치 아픈 일이 있어 이모씨(당시 44세·검사 출신 변호사)를 손 좀 봐 달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후 김씨는 2~3개월 간 동갑내기 조직원인 손모씨(2014년 사망)와 함께 범행을 공모했고, 끝내 손씨는 그 해 11월5일 새벽 제주시의 한 도로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로 B씨의 복부와 가슴을 세 차례 찔러 B씨를 살해했다.

당초 경찰은 김씨에게 살인교사 혐의를 적용했으나, 검찰은 김씨의 역할과 재수사의 단초가 된 김씨의 자백 취지의 방송 인터뷰, 흉기 모양 등에 대한 김씨의 구체적인 진술 등에 비춰 살인죄의 공모공동점범이 성립된다고 봤다.

그러나 지난 2월17일 원심 재판부인 제주지법 제2형사부(당시 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김씨가 본인의 자백 취지의 인터뷰를 방영한 한 방송사 PD를 협박한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원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시한 증거는 상당 부분 가능성에 대한 추론에 의존한 것"이라며 "주범(손씨)의 범행 경위 만으로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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