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체포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사건기록을 남기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주 경찰관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10월을 구형했다.

제주지방검찰청은 17일 오후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방선옥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돼 원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제주경찰청 소속 A경위(38)에게 원심 때와 같은 징역 10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피해자를 오인체포했다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긴급체포서를 작성하지 않는 등 법적 의무를 의식적으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당시 피고인이 취한 조치는 내부 보고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어 "이 경우 사후 통제가 전혀 이뤄질 수 없고, 이로 인해 피해자가 당한 일은 아무도 알 수 없게 된다"며 "이에 비춰보면 피고인이 오인체포로 인한 불이익이 두려워 관련 사실을 묵비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구형 의견을 밝혔다.

A경위의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고의성이 없는 만큼 이를 직무유기로 보기는 어렵다"며 "특히 형사 절차에 있어 구속 요건에 대한 판단은 매우 엄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재판부에 검찰의 항소를 기각해 줄 것을 요청했다.

A경위 역시 최후 진술에서 "피해자께 죄송하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이런 일이 생겼다. 절차적 하자를 일으킨 데 대해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인권을 보호하며 사법 정의를 실현하는 경찰관이 되겠다. 기회를 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선고는 6월23일 오전 10시40분에 이뤄질 예정이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경위는 지난해 8월13일 경남의 한 숙박업소에서 불법 스포츠 도박 사건 피의자 B씨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형사소송법상 검사 승인 또는 긴급체포서 작성 과정 없이 투숙객 C씨를 B씨로 오인해 긴급체포했다.

당시 A경위는 숙박업소 업주를 상대로 한 탐문수사 결과를 토대로 C씨를 긴급체포했으나 C씨가 "난 B가 아니다"라며 혐의를 계속 부인하자 탐문수사를 이어나갔고 결국 한 시간 뒤 다른 객실에서 B씨를 발견해 긴급체포했다.

A경위는 그 즉시 C씨에게 채운 수갑을 해제하면서도 C씨의 객실에서 마약 등이 발견됨에 따라 112신고 후 현지 경찰에 C씨를 인계했다.

제주로 돌아온 A경위는 상부에 일련의 상황을 보고했다. 그러나 긴급체포서나 체포보고서, 수사보고서 등에 C씨를 오인체포한 사실은 명시하지 않았다.

C씨의 고발로 사건을 접수한 검찰은 A경위를 기소했으나 원심 재판부인 제주지법 형사1단독(당시 심병직 부장판사)은 지난해 12월7일 무죄 판결을 내렸다.

당시 원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C씨를 B씨로 오인체포한 사실 자체는 상당히 이유 있고, 이로 인해 C씨가 받은 불이익이 크다고 볼 수도 없다"며 "무엇보다 범죄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이 같은 판결에 불복해 사실 오인, 법리 오해를 이유로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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