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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제주 100만 인구의 꿈, 쿨하게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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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뜨겁다. 유례없는 폭염도 뜨겁지만, 제주도에 대한 외부인의 관심이 너무 뜨거워 이 작은 섬이 녹아내릴 것 같다.

정치인, 공직자, 상공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수학을 좋아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목표나 실적을 숫자로 표시하기를 원한다. 이런 맥락에서 요즘 원희룡 제주 도지사나 현지 상공인들은 붕 떠 있을 듯싶다. 제주도의 관광객 수와 상주인구 수가 자고 나면 기록을 경신하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땅값 집값 모두 천정부지로 솟아오른다.

올해 1월1일부터 8월 18일까지 제주도를 찾은 누적 관광객이 1000만명을 돌파했다. 작년보다 내국인은 15%, 외국인은 49% 증가했다. 지난해 관광객이 1000만명을 기록한 것이 10월 초였으니 올해 제주열풍이 얼마나 뜨거운지 짐작할 수 있다.

지난 광복절 연휴 나흘 동안(12~15일) 약 21만명이 제주도를 찾았다. 하루 평균 4만명이 비행기를 탔다고 가정하면 200명 태우는 비행기를 하루 200대를 띄웠다는 말이다. 아찔한 일이 아닌가.

올레 걷기, 중국 관광객 붐은 옛 얘기다. 제주도가 뜨거워지는 것은 제주도에 하루 이틀 구경 가려는 사람 때문이 아니라, 제주도에서 집을 전세내거나 사서 살아보겠다는 사람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 한달 이민’이 도시 중산층 젊은 부부들에게 관심거리다. 부부 또는 엄마와 자녀가 짐을 싸들고 한두 달 제주도에 방을 얻어 사는 방식이다. 몇 달이지만 아예 주민등록을 옮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하니 우리나라 도시민 라이프스타일이 많이도 변했다.

살고 싶어 집을 마련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냥 돈이 될 것 같아 제주도 땅과 아파트, 또는 타운하우스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적잖다. 이런 사람이 사실 더 많을지 모른다.

수도권을 제외한 우리나라 지방 도시는 인구감소로 고민하지만 제주도는 상주인구가 최근 4~5년 사이 급속히 늘고 있다. 인구가 늘어나자 공직자들은 최근까지 박수를 쳤으나 이젠 좀 당황스럽다고 한다. 제주 인구는 2011년 말 58만3284명에서 올해 6월 말 현재 65만2212명으로 늘었다. 4년 반 사이 약 12%인 6만8928명이 늘었다. 한 달 평균 약 1300명이 늘었다는 얘기다. 이 작은 섬에 약 7만명이 늘었으니 주택, 교통, 노동력, 물류 등 도시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인구증가의 동력은 외지인 이주다. 최근 몇 년 동안 제주도는 강정 해군기지, 서귀포 혁신도시, 국제학교와 신화역사공원 건설공사, 그리고 관광객 급증에 따른 숙박시설 건설 붐으로 어디를 가나 공사판이다. 새로운 삶을 원해서 제주도로 가는 사람도 많지만 건설 공사 노동자 수요도 많다.

제주도 인구 변화를 암시하는 인구 추계가 얼마 전 공표됐다. 제주도 교육청은 2021년에 제주도 초등학생 숫자가 지금보다 4000명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해군기지와 혁신도시가 생기면서 젊은 층의 제주도 이주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제주도의 정치인, 공직자, 상공인들은 지금까지 “제주 인구가 100만은 되어야 발전할 수 있다”는 논리를 노래처럼 주장해왔다. 주민들도 예외가 아니다. 고립된 작은 섬에 대한 열등의식, 투표에 의해 나라 일이 결정되는 민주주의 제도에서 제주의 몫은 1%에 불과하다는 피해의식의 산물이다. 300명 국회의원 중 제주의 몫은 3명이다. 인구 100만이 되어야 국회의원 몫도 한두 명 더 늘어나 정치적 힘과 함께 정부 예산지원도 늘어나고 구매력 등에서 규모의 경제를 갖출 수 있다고 믿는다. 그들의 심정을 이해할 만도 한 게, 한국의 지역 파워를 자랑하는 곳은 대개 인구가 많다.

최근 제주도가 ‘인구100만명 시대’를 목표로 한 도시기본계획안을 내놓고 도민 의견 수렴에 나섰다. 계획안에 의하면 제주도 도시발전은 4대 권역으로 나뉘어 추진된다. 제1권역은 북부 지역인 제주시를 중심으로 신항만 건설을 핵심축으로 삼는다. 제2권역은 남부 서귀포 지역으로 강정 해군기지(크루즈항)와 혁신도시가 축이다. 제3권역은 동부의 성산포 지역이며 2025년 완공예정인 신공항이 축이다. 제4권역은 서부 지역으로 국제학교와 신화역사공원이 축이다. 과거 제주도는 제주공항과 중문관광단지를 잇는 도시 발전을 추구해왔던 데 비해, 새로운 도시계획안은 제주도 네 귀퉁이에 도시 핵심시설을 배치한다는 내용이다. 사실 높은 한라산이 중앙을 차지한 이 작은 섬에서는 달리 공간선택의 여지가 없다.

제주도가 2025년까지 예상하는 인구 100만 목표는 특이하다. 상주인구 73만명, 체류인구 27만명이다. 체류인구는 관광객을 말한다. 상주인구 73만명은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지난 5년간 약 7만명이 증가한 추세를 감안하면 앞으로 10년간 8만명이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체류인구 27만명이 문제다. 단순하게 계산해서 2박3일 관광객이 하루 9만명 이상 제주로 들어와야 이 목표가 달성된다. 안으로는 하루 27만명의 관광객이 필요한 교통, 물류, 숙박, 시설을 갖춰야 하고 밖으로는 지금과는 다른 차원으로 내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

문제는 100만 인구라는 규모에 걸맞게 주민 삶의 질을 높이고 자연을 보전할 수 있느냐다. 기존의 우리나라 도시 개발의 틀에서 생각하면, ‘100만 도시’는 자연을 거의 생각하지 않는 도시공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주민의 교통, 주거, 공공시설 앞에 자연은 여지없이 사라졌다.

실제 제주도에서 벌어져 왔고 현재 진행되는 도시 건설을 보면 자연은 온데간데없다. 한라산, 오름, 해변, 수평선으로 이뤄진 스카이라인은 무시되고 말았다. 생물권보존지역 지정, 세계자연유산 등재 그리고 세계지질공원 인증이라는 유네스코 3관왕을 외치지만 과연 이를 보전하기 위해 어떤 고민과 노력을 하고 있는 걸까. 아울러 국제 관광도시라고 자랑하는 제주도가 보행자를 위해, 대중교통이용자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도 묻고 싶다.

제주도의 기본계획안에서 한 가닥 희망을 찾는다면 ‘청정과 공존’이라는 원칙이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미래상을 제시한 것인데, 원희룡 제주 도지사의 정책구상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이 시점에서 제주 지사가 누구든 개발의 전제로 자연의 가치와 보전을 앞세울 것이다. 그러나 원 지사는 자연보전을 정치적 장식품쯤으로 생각했던 전 세대 사람들과는 본질이 다른 것 같다.

그는 2014년 취임 후 ‘탄소없는 섬 2030’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고, 중국자본과의 마찰을 감수하며 드림타워 층수 제한을 고집할 정도로 환경보전에 적극성을 보였다. 그에 대한 한 가닥 기대를 갖는 이유다. 그러나 취약점도 있다. 제주도 사람들은 좋은 자연환경을 누리고 있지만 조금의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서라도 이를 보전하려는 의식은 약한 것 같다.

제주도 인구 증가는 하나의 추세다. 제주도는 서울 등 대도시가 잃어버린 노스탤지어를 갖고 있다. 이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20세기를 지배했던 도시와 농촌의 2분법적 라이프스타일의 개념을 뛰어넘는 삶의 환경이 아닐까 생각한다. 제주도의 대부분 주민들은 부동산 가격 상승과 급격한 이주민 증가에 당혹스러워 한다. 환경변화에 무방비 상태다.

제주도가 서울, 베이징, 상하이, 홍콩, 싱가포르 사람들이 머물고 싶어 하는 곳으로 가는 것은 좋다. 그러나 인구 100만 제주 섬의 모습이 이들 초대형 도시의 자투리처럼 숨 막히고 비싼 곳으로 변하지 않았으면 싶다. 제주도민과 도지사가 함께 고민할 어려운 과제다.

제주도가 좀 쿨해졌으면 좋겠다. <본사 고문>

 

 

김수종  just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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