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식행위로, 졸속이란 생각만 듭니다. 멸종위기종 지정과 해제 기반 연구결과 공유가 없었기에 추가적인 시민사회, 환경단체, 연구자의 의견 수렴이 필요합니다."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멸종위기 야생생물 목록 개정 공청회'에선 고성이 오갔다. 멸종 위기 생물을 새로 지정하고, 기존 등재 생물을 1급에서 2급으로 격하하거나, 아예 해제하는 안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주목받은 동물은 매(송골매)다. 매는 이번 분류군에서 유일하게 1급에서 2급으로 격하됐다. 남한 전역에서 매 활동을 연구해온 이진희 야생생물생태보존연구소 박사는 "인천 강화부터 충남 보령까지 무인도 등에서 상당 개체가 번식하고 있으나 그 아래 지역에선 관찰도 안 되고 번식도 안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매는 또 해상 풍력발전이나 공항개발 영향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코로나19 상황 속 도서지역 관광으로 서식이 더 위협받고 있다"며 멸종위기 1급 유지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에 대해 멸종위기종위원회 당연직 위원인 박진영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자원연구부장은 "해당 부분은 검토 과정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우신 환경보존협회 대표(서울대 산림과학부 명예교수)는 "1급의 상징성이 크지만 1~2급 모두 위기종"이라며 "분포나 개체수를 보면 과거보다 안정적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매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2급으로 격하하는 게 타당한지 고민이 많았으나 총 개체 수가 느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에 2급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고산지대에 주로 서식하는 구상나무가 여전히 관찰종에 머무는 데 대한 안타까움도 있었다. 크리스마스 트리로 사용돼 온 구상나무는 앞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난 2013년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종'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멸종위기종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정열 녹색연합 자연생태팀 활동가는 "구상나무 개체·자생 면적이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어떻게 그대로라고 봤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박 부장은 "산림청이 보존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대답했다.

녹색연합은 구상나무 숫자와 생육 사업 등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한 상태다. 박 부장은 "내부적으로 검토해 공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멸종위기종 해제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김휘 목포대 한약자원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멸종위기종 해제엔 수십장 근거를 마련해 공포 중이다. 우리도 관련 근거를 관보에 실어 연구자에게 알리고 토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농학박사인 이강운 한국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장도 "환경부에선 '지정→증식→해제'가 선순환이라 생각하는 것 같은데 미래 70~80% 이상 생물종의 멸종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해제 필요성·당위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 현장 참석자들은 환경부가 멸종위기종을 지정하며 관련 자료를 적극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 참석자는 "5년 동안 추적·감시해왔다고 말하지만 일반인이나 환경활동가가 확인가능한 정보는 전혀 없다. 국민적 성원이 필요한 부분인데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이정열 활동가는 "8월말까지 의견을 수렴한다고 했는데, 법제처 심사·공포 전까지 제대로 반영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일부 종의 경우 훼손이나 멸종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멸종위기종 정보 공개에 소극적이었던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정책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공청회를 가진 환경부는 8월 최종 종 목록 갱신안을 확정한 뒤 9월 내 부처 협의·규제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이후 12월 법제처 심사를 통해 공포·시행할 방침이다.

앞서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이번 개정작업을 통해 현행보다 14종 늘어난 총 281종을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하는 개정안 목록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매는 1급에서 2급으로 하향 조정됐고 2급이었던 백조어, 솔붓꽃, 황근, 개병풍은 멸종위기종에서 해제됐다.
저작권자 © 뉴스1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