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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다 버려진 애완용 파충류의 역습…"제주 생태계 위협"
제주대학교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가 구조해 보호 중인 어린 공비단뱀(Ball Python·볼 파이톤). 주민들의 신고로 발견된 이 공비단뱀은 지난 16일 제주시 애월읍 수산저수지에 버려진 한 상자에 담겨 있었다.(제주대학교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2020.11.18/뉴스1 ⓒ News1 오미란 기자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페닌슐라 쿠터(늪거북의 일종)', '수만플레이트리자드(도마뱀과), '볼파이톤(비단왕뱀과)'...발음하기조차 어려운 이 이름들은 지난 10년간 길거리나 수풀 등 제주에서 발견된 외래종들의 이름이다.

30일 제주대학교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1년까지 구조센터에서 구조한 동물 중 외래종은 조류 5종류, 포유류 8종, 파충류 10종 등 총 23종류다.

특히 2020년부터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인 11종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구조된 외래종들은 대부분 취미로 기르다가 유기한 경우들로 추정된다.

유기한 외래종 중에는 고슴도치와 꽃사슴과 같은 포유류나 조류뿐만 아니라 파충류도 포함돼 있다.

2017년 7월에는 제주시 한경면에 있는 한 건물 옆에서 길이 1m 내외에 악어가 발견돼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이 악어는 인근 주민이 기르다 버렸거나 탈출한 것으로 보인다.

구조센터는 악어 주인을 찾으려고 수소문했으나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2020년 11월에는 아프리카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뱀이 제주의 한 저수지에 출몰했다.

이 뱀은 길이 70㎝, 둘레 10㎝, 무게 250g의 어린 공비단뱀(Ball Python·볼 파이톤)으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앞서 2016년 6월에도 길이 1.2m의 공비단뱀이 아파트 단지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이들 파충류 역시 유기됐거나 탈출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외래종들은 사람을 공격할 위험이 있고 기존 생태계에도 좋지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제주에서도 발견된 적이 있는 늑대거북이나 붉은귀거북 등은 생태계교란종으로 꼽힌다.

제주에서 구조된 라쿤(제주대 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
'목이 길어서 슬픈' 동물인 사슴도 제주에서는 환영받지 못한 손님이다.

원래 제주에는 사슴 고유종이 살아 조선시대 진상품이었으나 1915~1916년 일본인에게 잡혔다는 기록이 마지막 목격담이다.

이후 대만꽃사슴과 붉은사슴 등의 외래사슴들이 사육농장 등에서 탈출해 번식했다.

이 사슴들은 노루 등 고유종과 먹이 및 서식지 경쟁을 벌이고 질병 매개체로도 작용할 수 있다.

외래종이 발견된 장소도 수풀이나 도로변뿐만 아니라 기숙사 공사현장, 빌딩 복도, 마트 창고 등 다양하다.

바깥 세상으로 나온 외래종들의 최후도 비참하다. 무사히 구조되는 경우도 있지만 로드킬 또는 전선에 얽혀 부상을 입거나 굶어서 탈진된 사례도 있다.

희귀종들은 사육할 수 있는 업체나 기관에 보내고 생태계 교란종은 폐사 처분한다.

박찬열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관은 "붉은사슴은 10년 전과 비교해 연간 활동성이 증가해 붉은사슴 생태계 정착 단계로 판단되며 제주 고유종인 오소리는 동면기간이 2월과 3월 초순으로 짧아졌다"며 "고유종과 외래종의 심층 모니터링 및 관리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강창완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지회장 "최근 반려동물 문화 트랜드에 따라서 외래종은 늘어나고 있으나 이에 대응하는 행정과 연구는 너무 늦다"며 ”제주도 고유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서 산림을 비롯한 다양한 자연생태계의 외래종의 현황 연구 및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고동명 기자  k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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