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화물연대 파업이 12일째 이어지면서 제주에서도 공사 중지 현장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육지부에서 들여오는 시멘트 수급이 끊기면서 지난달 28일을 끝으로 제주지역 24개 레미콘 공장이 일주일째 가동을 멈췄다.

5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공공 건설 현장 191곳 중 제주서부소방서 한경119센터 신축사업, 서귀포시 중문동 배수정비 공사, 서귀포 종합사회복지관 건립공사 등 28곳의 공사가 중단됐다. 파업이 이어지면 47곳 역시 이른 시일 내 공사를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 공사 현장에서도 5곳이 이미 공사를 멈췄고, 17곳도 중단 위기에 처했다. 공사 중단 현장은 건물의 뼈대를 세우는 핵심 공정인 레미콘 타설공사를 앞뒀거나 진행 중인 곳들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공사 중지 예정 현장들은 골조 공사 대신 다른 공정을 먼저 진행하고 있지만 파업이 계속되면 공사 중단이 불가피한 곳들"이라며 "앞으로도 중단 현장이 늘었으면 늘었지, 줄어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멘트 운송분야에 대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후 시멘트 물동량이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제주 건설현장에 레미콘이 공급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제주의 경우 도내에 시멘트 공장이 없어 대부분의 물량을 강원도에서 배편으로 들여와야 해서다.

제주도레미콘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시멘트가 풀리고, 파업이 끝난다 하더라도 전국 모든 지역에서 수요가 빗발쳐 제주가 후순위로 밀리지 않을지 걱정이 크다"며 "특히 12월부터 2월까지 겨울철에는 날씨 영향으로 배가 뜨지 않을 때가 많아 시멘트 수급이 평소에도 원활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도내 시멘트 수송차량(BCT) 차주 35명은 아직 업무개시명령서를 송달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본부는 업무개시명령서를 받은 후 복귀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큰 타격을 입은 제주 감귤 수출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러시아는 제주 감귤 최대 수입국으로 지난해 기준 전체 수출 물량의 80%를 차지했으나 전쟁 영향으로 올해 수출량이 크게 줄었다.

이 같은 상황에 화물연대 파업으로 부산항 컨테이너 반출까지 막히며 수출 물량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산 노지감귤 수출 목표는 애초 6000톤이었으나 국내외 악재가 겹치며 4500톤 안팎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우려했던 제주삼다수 유통에는 아직까지 차질은 없는 상태다. 또 수도권과 달리 도내 유조차 운송 기사 중에서도 화물연대 조합원이 없어 주유대란 역시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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