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이틀 연속 새벽 4시에 공항 출석입니다. 오전 중엔 가고 싶은데…"

기상 악화로 제주국제공항 항공기 전편이 결항한 다음날인 25일 오전 김모씨(63·서울)는 며느리와 함께 국내선 출발 대합실에 주저 앉아 짐을 지키고 있었다.

다른 가족들은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에서 일찍이 받아둔 대기번호 호명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설 연휴를 맞아 큰 맘 먹고 떠나온 첫 제주 여행이었지만 전날 폭설과 강풍으로 항공기 전편이 결항하며 이틀째 공항에서 애를 태우고 있다.

김씨 가족은 전날에도 새벽 4시부터 나와 오후 4시까지 12시간 동안 대체편을 구하기 위해 대기했지만 허탕이었다.

김씨는 "오늘도 새벽 4시에 나와서 대기번호를 받았는데 오전 9시쯤에야 몇시 비행기를 탑승할 수 있을지 알게 될 것 같다"며 "대기번호는 받았지만 호명하는 순간에 자리에 없으면 또 바로 취소 처리된다고 해 자리를 뜰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 여행은 처음인데 이게 무슨 난리인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겨울 제주여행은 못 올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70대 문모씨 역시 오전 7시쯤부터 대합실 구석에 앉아 대기줄에 선 가족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씨는 "나는 다리가 아파서 여기 앉아 있고, 다른 가족들이 대신 표를 구하려고 줄을 서고 있다"며 "새벽부터 오고 싶었는데 도로가 얼어 택시도 없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단체 여행을 온 또 다른 70대 관광객은 오전 7시부터 공항에서 대기하다 가까스로 오후 2시 대기표를 구하고 한숨 돌린 표정이었다. 그는 "오후 2시에 다시 대기줄로 오라는 거지 몇시 비행기를 탈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찾은 제주국제공항 3층 출발 대합실에는 항공사별 체크인 카운터를 중심으로 100m 가까운 긴 대기줄이 늘어서 있었다. 모두 전날 결항으로 항공권 일정을 바꾸려는 승객들이었다.

항공사 관계자들은 대기줄을 돌며 "오늘은 24일 자사 결항편 승객들만 대기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사람 하나 지나갈 수도 없을 정도의 인파가 몰리자 공항경찰대, 자치경찰단이 투입돼 통행로 확보에 애를 쓰고 있었다. 또 혹시 모를 인파 사고에 대기해 제주소방서 구급차와 구급요원들이 출발층 인근에서 대기 중이다.


이날 오전 8시 김포행 제주항공 7C184편을 시작으로 제주발 항공편 운항이 정상화됐지만 대부분 항공기가 지연 운항하고 있어 공항공사는 사전에 항공편 출발 시각을 재확인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공항 측은 이날 마지막 항공기 운항 시간을 오후 11시25분까지 약 2시간 늘려 전날 항공기 전편 결항으로 발이 묶인 승객들을 수송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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