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제주4·3 당시 폭도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군사재판에 넘겨져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다 세상을 떠난 수형인 희생자에게 75년 만에 무죄가 선고됐다.

제주지방법원 제4-1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31일 광주고등검찰청 소속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이 직권으로 청구한 고(故) 김달삼씨에 대한 재심 사건을 심리한 끝에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에 따르면 제주시 조천읍 출신인 김씨는 지난 1948년 12월28일 군법회의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목포형무소에서 수감됐다가 행방불명됐다.

죄명은 내란죄였지만 사실 제주4·3 당시 무장대 총책이었던 김달삼(본명 이승진)과 이름이 같다는 게 죄였다.

서귀포시 대정읍 출신인 이승진은 제주4·3 당시 인민해방군 사령관으로 봉기를 주도한 데 이어 북한에서 열린 남조선인민대표자회의에 제주 대표로 참가하는 등 김달삼이라는 가명으로 활동하다 1950년에 사망한 인물이다. 물론 군사재판을 받은 사실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이승진의 가명과 같다는 이유 만으로 경찰서에 자주 불려가 고초를 겪은 것도 모자라 억울하게 옥살이까지 해야 했다.

재판부로부터 발언 기회를 얻은 김씨의 아들 김순두씨(79)는 "생년월일만 제대로 들여다 봤으면 이름이 같다는 이유 만으로 폭도 취급은 안 받았을 텐데… 다 크고 나서야 제사 때 마다 통곡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알게 됐다"고 했다.

김순두씨는 "있었던 일을 없었다고 하는 것도 문제지만, 없었던 일을 있었다고도 하면 안 된다"면서 재판부를 향해 "현명한 판단을 해 달라"고도 했다.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 측 의견을 종합해 김씨가 내란죄를 저질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보고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김씨 말고도 내란죄 등으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희생자 29명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제주4·3은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지금 중요한 건 진실 규명과 명예 회복"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제주4·3을 제대로 알아야 하고 아픔을 겪은 이들을 배려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국민적 연대가 필요하다. 부디 그 연대의 정신을 잊지 않기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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