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이 28일 본격 시행되자 제주 곳곳에서는 소비위축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다.

제주의 경우 산업구조가 1·3차산업에 크게 편중돼 있어 일시적이라도 소비가 위축되면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제주 농·수·축산업계과 관광업계에서는 갖가지 묘안을 짜내고는 있지만 법 시행 초기 단계라 발만 동동 구르는 모양새다.
 

◇ 갈치 2마리도 처벌대상…"왜 서민이 타격받나"
제주는 1차산업 비중(15%)이 육지부 평균(2.3%)보다 6배 이상 높고, 농업인 수도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으로, 1차 산업의 어려움은 제주경제의 문제로 직결된다.

제주도의회에 따르면 현재 제주산 농·수·축산물과 가공식품 중 총 219개 품목이 법정 기준금액인 5만원을 초과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제주산 갈치 2마리(800g), 옥돔 20마리(2kg), 돼지 오겹살 3.2kg 등이 처벌대상에 포함된 상황이다.

제주의 대표적인 특산물로 꼽히는 감귤의 경우 출하를 앞두고 농가들의 우려가 쏟아졌다. '고품질 안정생산' 정책에 따라 감귤을 재배해 왔는데, '김영란법'으로 결국 판매에 어려움이 예상되면서 그동안의 노력이 허사가 됐다는 생각에서다.

제주시에서 감귤원을 운영하는 강모씨(60)는 "다음달 말이면 감귤이 공동판매장으로 가는데 소비위축으로 고품질 재고가 쌓이기 시작하면 중·도매 단계에서부터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라며 "정책을 따라갔던 농가 입장에서는 황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서귀포시에서 레드향을 판매하는 고모씨(50)도 "좋은 품질의 레드향 5kg(8개) 상품이 4만원꼴이다. 개수를 줄일 수도 없어 눈 앞이 캄캄한 상황"이라면서 "나쁜 짓은 윗분들이 하는데 타격은 왜 농민들이 받아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물용으로 인기가 좋은 옥돔과 갈치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했다. 최근 어획량 부족으로 지난해 대비 갈치는 30%, 옥돔은 15% 가량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현창후 서부두명품횟집 번영회장은 "제주산 수산물의 경우 기본적으로 고가인 데다 최근 가격급등까지 있었다. 여기에 김영란법으로 소비가 얼어붙으면서 결국 지난해 대비 40~50% 매출이 줄었다"며 "대책 마련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 '예약 0건'에 '3만원 정식'도…"대책 있을까" 고심
외식업, 여행사 등 제주관광업계의 한숨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제주시 오라2동의 한 전복요리 전문점은 이날 개점 11년 만에 처음으로 저녁예약 '0건'을 기록했다. 주중에도 평균 8~10건의 예약이 있었지만 오늘은 예외였다. 내일도, 모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표 손모씨(61)는 이 같은 상황을 예상하고 몇 주 전 가게 이름을 딴 3만원짜리 신메뉴를 내놓았다. 반응이 좋으면 정식 메뉴로 올릴 생각이지만 이제 더이상 매출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손씨는 "오늘 점심에도 관광객 2인 테이블을 제외하고 모든 손님이 2만원짜리 돌솥밥을 주문했다. 고용인력이 15명인데 지금 상황이 지속되면 매출 타격은 불가피하다"며 "새 메뉴를 내놓긴 했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고개를 저었다.

제주시 연동의 한 향토음식점 실장인 이모씨(60)도 "관광객이 손님의 30~40%를 차지하긴 하지만 나머지 손님들이 공무원 등 지역손님인 점을 감안하면 매출이 많이 떨어질 것 같다"면서 "지금은 뾰족한 수가 없어 지켜만 볼 뿐"이라고 말했다.

여행사업계에서도 불안감이 이어졌다. 최경달 제주신라항공여행사 대표는 "회사에서 모든 돈을 대는 팸투어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수학여행 유치 설명도 마찬가지"라며 "운영이 조금 위축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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