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성공신화 우리가 열어요] 5. 제주중앙고 취업자 인터뷰
국민건강보험공단 합격자 박예나양· 세무사사무소 합격자 김지윤양

[편집자 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지역 특유의 학력 선호로 빚어지는 특성화고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중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지원 정책들을 펴고 있다.
뉴스1제주는 ‘고졸 성공신화 우리가 열어요’를 주제로 14회에 걸쳐 이 같은 제주도교육청의 특성화고 지원 정책과 특성화고별 운영 방향, 특성화고 졸업생의 취업 성공 사례 등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보통과와 취업을 준비하는 특성화학과가 함께 있는 제주중앙고는 학생 개인의 적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하는데 중점을 두고 운영되고 있다.

올해 초 제주형 자율학교로 지정돼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자율성을 보장 받은 제주중앙고는 다양한 수업혁신을 시도하며 학생들 개개인의 진로를 함께 고민하고 있다.

또래보다 먼저 취업에 성공한 고3 학생들은 입학할 때보다 졸업할 때가 더 매력 있는 학교라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 국민건강보험공단 인턴십 합격자 박예나양 "꿈이 생기자 학교 다니기 즐거워"
 

제주중앙고 3학년 박예나양(19)은 “중학교 때 딱히 꿈도 없고 뭘 하고 싶은 지도 잘 몰랐다”며 “1학년 때 상업경제를 배우다보니 흥미를 느껴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금융계열로 취업해야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꿈이 생기자 학교생활이 즐거워지기 시작했다는 박양은 “일단 기본적으로 필요한 컴퓨터 자격증부터 닥치는 대로 땄다. 한컴부터 시작해 ITQ, 인터넷정보관리사까지 취득했다”며 “학원은 따로 안 다녔지만 학교 안에서도 충분히 공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내공을 쌓은 박양은 2학년 때부터 금융 현장으로 향했다. 하루 종일 제주은행 로비에 앉아서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 지를 지켜보고, 은행원들에게 함부로 말하는 고객들이 있으면 ‘나라면 어떻게 대응할까’ 입장 바꿔 생각해보기도 했다.

관심 분야가 같은 친구들끼리 자발적으로 모여 ‘은행텔러’라는 취업동아리 활동을 하기도 했다. 대부분이 은행이나 보험공단에 진학하길 희망해 경제와 시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각자가 모은 정보들을 공유했다.

면접 준비를 위해 학교 측에서는 외부에서 전문 강사를 초청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취업으로 가는 길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도내 대부분의 은행부터 시작해 공기업까지 지원한 취업처 13곳에서 줄줄이 불합격 소식을 듣자 낙담이 컸다.

그래도 노력은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학교에서도 ‘왜 뽑히지 않았을까’를 함께 고민해주며 개선점을 찾아줬고 결국 기말고사 기간 국민건강보험공단 인턴십 합격 소식을 받아 들게 됐다.

박양은 “대학에 가려면 내신 관리도 해야 하는데 설레는 마음에 시험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미리 공부해둔 덕에 시험 결과는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합격날의 기쁨을 전했다.

‘선 취업 후 진학’을 꿈꾸는 박양은 지난 7월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 제주지사에 근무하면서 내년부터는 야간에 제주대 행정학과 공부를 병행하기 위해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박양은 “보험공단에 오니까 금융에 건강까지 더해져서 공부할 게 많지만 제주지사에서 고등학생을 뽑은 건 처음이라고 뿌듯함이 크다”며 “조만간 있을 정규직 전환을 위해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시험과 면접 준비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양은 이어 “대학을 나와서 스펙을 쌓아도 들어가기 힘든 공기업인데 내게 기회가 왔다는 것에 크게 감사하고 있다”며 “아직은 생소한 용어들도 많아서 수월하게 일처리를 하진 못하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꼭 공단에 필요한 존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꿈이 막연한 후배들이 있다면 특성화고에 입학해 분명한 목표를 세우라고 권하고 싶다”며 “목표를 정하고 학교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 세무사사무소 합격자 김지윤양 "학교 관심 속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해"
 

제주중앙고 3학년 김지윤양(19)은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았다. 제주중앙고 출신인 아버지께서 적극적으로 특성화고 진학을 추천하셨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꿈이 없었던 김양은 아버지의 뜻을 받아들여 제주중앙고에 입학했고 1학년 2학기에 배운 회계 공부에 큰 매력을 느꼈다. 어려운 과목이었지만 성적도 꽤 잘나왔고 배울수록 적성에 맞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양은 “중학교 때 친구들이 너도나도 인문계에 진학한다고 해서 나도 일반고를 가야 하나 생각했지만 아버지가 진로에 있어서 큰 나침반이 돼 주셨다”며 “하고 싶은 게 생기니까 저절로 학교에 머물고 싶은 시간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소극적이던 김양은 2학년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하게 됐고, 교내에서 실시한 스피치 교육을 통해 언변 실력을 키웠다.

회계쪽으로 진로를 확정한 김양은 각종 회계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고 교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성적도 쑥쑥 올랐다.

매사에 열심히 임하는 김양을 보며 주변에서는 공기업에 취직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들도 있었지만 김양은 가족 같은 분위기의 회사부터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세무사사무소로 방향을 정했다.

지난달부터 첫 출근을 시작한 김양은 “그동안 공부했던 걸 직접 실전에 사용하니 신기한 느낌”이라며 “이곳에서 꾸준히 경험을 쌓아서 3년 뒤쯤 재직자 전형으로 대학에 가서 공부를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모님은 이른 사회생활을 염려하며 대학 진학도 추천해주셨지만 김양의 생각은 확고했다. 아무 의미 없이 학교를 다니며 시간을 보내기보다 뚜렷한 목적을 갖고 생활하는 게 더 즐겁다는 것이다.

김양은 “굳이 목매면서 인문계를 다닐 필욘 없는 것 같다”며 “각자의 선택이긴 하지만 목적 없이 살 바에는 특성화고에서 역량을 키우고 뚜렷한 인생을 그려나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종일관 웃음이 떠나지 않던 김양은 ‘선 취업 후 진학’을 특성화고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으며 “학교가 너무 좋다. 든든하게 지원해준 선생님들에게 참 감사하다”며 “아마 일반고에 갔더라면 내 10대 마지막 시절이 이토록 즐겁진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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