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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차바가 미리 보여준 'CO₂400’ 세상의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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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 년 전 지구의 기후는 지금과 아주 달랐다. 북극해의 여름엔 눈과 얼음이 거의 없었고, 러시아 그린란드 알래스카 및 캐나다 북부 툰드라(凍土) 지역은 산림, 초원, 사바나로 덮여 있었다. 해수면이 지금보다 25m가 더 높아 뉴욕 도쿄 런던 상하이 등 현재 인류문명의 중심 도시를 이룬 땅들은 모두 바다 속에 잠겨 있었다.

지구 평균기온이 지금보다 섭씨 2~3도 높았던 기후변화의 결과였다. 그때 인류는 아마 동아프리카의 한구석에서 침팬지로부터 분리되어 진화하고 있었을 것이다.

지난 5일 태풍 ‘차바’가 제주, 부산, 울산지역을 관통하며 고귀한 인명과 막대한 재산을 앗아갔다. 그동안 숱한 태풍이 한반도를 할퀴고 지나갔지만 ‘차바’는 선선한 가을 한복판에 기습적으로 나타난 괴물이었다. 부산 마린시티 방파제를 뛰어넘어 고층빌딩 사이로 밀려드는 파도는 영화 ‘해운대’장면이나 후쿠시마 지진해일을 연상시켰다.

10월 태풍이 기후변화의 결과가 아니라 단순한 기상 이변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제주도 앞바다의 바닷물 온도가 섭씨 28도 이상 유지되었기 때문에 태풍이 커졌다는 기상청 발표를 감안하며 때늦은 태풍을 기후변화와 분리해 생각하기 어렵다. 더구나 멕시코만에서는 허리케인 ‘매슈’(Matthew)가 아이티를 폐허로 만들면서 840여명의 인명피해를 낸 후 미국 동부해안을 강타, 플로리다 주민 등 200만명이 긴급 피난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117년 만에 처음 겪는 허리케인이라고 한다.


10일 제주시 외도동 월대천 해안에서 해병대원들이 태풍 차바로 인해 떠밀려온 폐목과 쓰레기들을 치우고 있다.2016.10.10/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이쯤 되면 기후변화가 더욱 주목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9월30일 기후변화와 관련해 의미심장한 관측 데이터를 발표했다. “이제 인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월 평균 400ppm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일반인들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숫자놀음 같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뉴스매체들은 지구과학자들의 말을 인용, ‘CO₂400ppm, 기후변화의 문지방 넘다’라는 경고성 기사를 쏟아냈다.

‘CO₂400ppm’. 암호 아닌 이 암호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인간이 에너지를 얻기 위해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배출되는 기체가 이산화탄소(CO₂)다. 이산화탄소는 태양이 지구표면을 데운 열을 대기권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가두는 온실 역할을 한다. 석탄과 석유를 쓰지 않던 산업혁명 이전에도 지구를 둘러싼 대기의 구성성분 중에는 이산화탄소가 있었다. 지구 위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것은 사실 적당량의 이산화탄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만약 공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전혀 없다면 지구 평균기온은 섭씨 영하 18도의 얼음왕국일 터이니 사람은 물론 거의 모든 생명체가 존재하기 힘들다.

문제는 산업혁명 이후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온실효과가 더 커진 데서 비롯됐다. 이산화탄소를 담요에 비유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는 이산화탄소 농도, 즉 담요가 두꺼워지면서 일어나는 문제다.

오늘날 과학은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정확히 측정해낼 뿐 아니라 남극대륙의 빙하 속에서 공기 샘플을 추출하여 수십만 년 전의 이산화탄소 농도까지 알아 낼 수 있다. 공기 구성물질의 농도를 측정하는 단위가 ‘ppm’이다. 쉽게 얘기하면 ‘100만개 중에 몇 개’라는 개념이다. 즉 ‘CO₂400ppm’은 공기를 구성하는 100만 개의 분자 중에 400개의 이산화탄소 분자가 들어 있다는 얘기다.

이산화탄소 측정의 선구자는 찰스 킬링이라는 미국 UC샌디에이고의 화학교수였다. 킬링 교수는 1958년 해발 4000m가 넘는 하와이 마우나 로아 화산 중턱에 있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 관측소에서 이산화탄소 농도 측정기법을 개발했다. 지금도 이곳에서 측정한 이산화탄소 농도가 세계표준이 되고 있다.

킬링 교수가 1958년 처음 측정한 이산화탄소 농도는 315ppm이었다. 20세기 후반 화석연료 사용이 급증하면서 이 농도는 계속 늘어 2000년 370ppm을 돌파했고 2016년 지구과학자들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생각하는 400ppm을 넘은 것이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계절 따라 변동한다. 북반구 산림이 왕성한 광합성을 하는 여름에는 나뭇잎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에 그 농도가 떨어지고, 반대로 낙엽이 지는 겨울에는 농도가 올라간다. 9월 말은 여름 동안 식물이 이산화탄소를 최대한 흡수한 상태이기 때문에 농도가 최저로 떨어질 때다. 그런데 지난 9월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400ppm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이산화탄소는 안정된 기체여서 한번 생기면 수백 년간 없어지지 않는다. 화석연료 사용은 계속 늘어날 추세다. 그래서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이산화탄소가 앞으로 400ppm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이다.

산업혁명 이전 이산화탄소 농도는 280ppm이었다. 16만년 동안 그 농도는 200~280ppm으로 일정 범위내서 변동하다가 산업혁명 이후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60년 동안 공기 중 이산화탄소는 무려 28%가 많아졌다. 지구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지구가 생긴 이래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면 기온이 상승했고 농도가 내려가면 하강했다.

이산화탄소 400ppm는 300만 년 전 지질시대 수준이다. 금세기 중 450ppm을 돌파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시차를 두고 일어날 기후변화의 모습은 과학적 상상으로만 가능하다. 300만년 전에 바닷물 수위가 25m 높았던 것만 확실히 유추할 수 있지 그때 태풍, 폭우, 가뭄, 폭염의 양태가 어떠했는지는 알 수 없다. 더욱이 동식물이 어떻게 생겨나고 멸종했는지는 알지 못한다.

현재까지 과학자들이 집약한 의견은 이렇다. ‘2100년 기온이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섭씨2도 이상 올라가게 두면 인류생존이 위협을 받는다. 될 수 있으면 1.5도 이상 못 올라가게 막아야 한다.’ 세계의 정치인들도 이에 동의했다. 그래서 작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195개국 대통령과 총리들이 모여 유엔기후변화 파리협정을 체결한 것이다. 올해 말 이 협정이 발효하면 각국은 이산화탄소 감축을 시작하게 된다.

20년 전에도 국제사회는 요란스럽게 이산화탄소 감축을 규정한 교토의정서를 체결했으나 미국 부시대통령의 반대로 미국이 탈퇴하면서 이산화탄소감축에 실패했다. 이미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혁명 이전보다 섭씨 1.2도쯤 상회했다. 과학자들은 지금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아도 시차 때문에 평균기온이 섭씨 2도 이상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한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100ppm 높았다고 우리는 그날그날 숨 쉬는 데 불편함이 없다. 하루에도 수시로 변화는 기온에 적응해왔기 때문에 지구온난화를 실존적 위험으로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종국에는 큰 재난에 봉착할 것이다. 마치 개구리를 물이 가득한 냄비에 넣고 아주 서서히 열을 가하면 개구리는 이를 위험으로 못 느끼고 버티다 냄비 안에서 죽는 것과 같다.

이제 우리는 ‘CO₂400ppm 시대’에 살게 됐다. 기후변화는 21세기 피할 수 없는 화두(話頭)다. 국가안보, 정치, 경제, 보건, 문화, 스포츠 등 인간 활동 전반에 점점 영향을 증대할 것이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의 정보기관은 이미 기후변화가 초래할 전쟁과 대량 난민 문제를 국가 안보의 중요 의제로 책상 윗 서랍에 올려놓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에 의한 자원과 난민문제가 핵전쟁을 유발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깊다.

매년 증가하는 이산화탄소 농도를 그래프로 만든 것이 ‘킬링곡선’이다. 살인곡선이란 뜻이 아니라 킬링 교수의 성을 따서 붙인 이름이다. 장차 킬링곡선(Keeling curve)은 살인곡선(killing curve)과 동의어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은 이산화탄소도 감축해야 하지만 10월 태풍 차바처럼 기후변화에 의해 파상적으로 달려드는 재난을 관리할 국가의 능력과 자세를 갖추는 것이 더 큰 과제다. <뉴스1 고문>

  just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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