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공사 사업비 일부 지원·창조경제혁신센터 보육기업 선정
항공청, 수십차례 '안전성 확보 시험 운행' 현장 검증 않고 "불허"

한국 관광의 질적 제고를 위해 추진됐던 동북아시아 첫 열기구 관광사업이 정부기관 간에 엇박자 행정으로 좌초돼 관광분야에 있어서 창조경제의 갈 길은 멀기만 하다는 지적이다.

◇ 두 정부기관이 인정한 '열기구 자유 관광'
아시아인 최초로 아프리카 등에서 상업용 열기구를 조종한 김종국씨(53)는 한국에서도 열기구 자유 관광을 선보이고 싶은 마음에 지난해 4월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에 정착해 ㈜오름열기구투어를 설립했다.

김씨의 ‘열기구 자유여행 사업’은 저가관광 현실을 극복하고 여행수지 적자 회복 등 한국 관광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받아 지난해 6월 한국관광공사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순조롭게 출발했다.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은 2011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공동으로 추진한 것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관광부문의 창업과 연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관광벤처팀 관계자는 “창조성과 지속가능성, 관광 가능성 등을 검토한 끝에 제주 열기구 사업자를 발굴해 사업비 2500만 원을 지원하게 됐다”며 “제주를 비롯한 한국 관광 활성화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했다.

올해 3월에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보육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기존 국내 열기구들은 밧줄로 지상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위·아래로만 관광하지만 김씨의 열기구 사업은 자유롭게 떠다니며 제주의 풍광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신규 관광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을 높게 산 것이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는 김씨의 사업이 실제로 추진될 수 있게 또 다른 보육기업인 ㈜제주패스와 연계해 투자가 이뤄지도록 주선했고, 수시로 멘토링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도왔다.

사업예정지인 송당마을 주민들 역시 6차 산업을 통해 마을 관광 수요를 늘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 사업 추진을 반겼고, 지분을 나눠 갖는 조건으로 이·착륙 부지를 제공하기도 했다.
 

◇ 제주항공청 사업 불허에 '발목'…창조경제혁신센터 '난감'
수십 차례에 걸친 시범운행을 통해 안전성을 확인한 김씨는 해외에서 열기구를 제작해 오는 등 5억 원을 들여 사업 준비를 마친 뒤 지난달 제주지방항공청에 항공레저스포츠사업 등록을 신청했다.

사업 등록 조건인 3000만 원 이상의 자본금과 안전성을 인정받은 열기구, 180시간 이상 비행경력이 있는 조종사, 보험 등도 모두 충족했다.

그런데 제주지방항공청이 현행 항공법 제140조의2항에 따라 열기구로 인한 항공레저스포츠 활동의 안전사고가 우려되므로 사고예방 등을 위해 사업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김씨는 검토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담당자들에게 직접 현장에 와서 열기구 운영 방식 등을 살펴봐줄 것을 요구했지만 현장검증은 이뤄지지 않았고, 검토 보고서가 부실하게 작성됐기 때문이다.

제주지방항공청은 보고서에 “사업자가 제출한 장애물 회피계획에 따르면 장애물 조우 시 해당 장애물의 높이에 150m의 고도를 더 확보해 회피한다고 하고 있으나 초경량비행장치 비행승인은 통상 150m 미만의 고도에서 비행하도록 돼 있으므로 비행승인 내용을 위반하는 비행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기술했다.

그러나 김씨는 사업계획서 상에서 “최소 장애물 높이의 150% 이상을 확보할 계획”이라면서 “지면으로부터 100m 높이의 장애물일 경우 150m의 고도를 확보해 넘어간다”고 예를 들었다.

비행고도는 지표면으로부터의 높이(AGL)를 기준으로 하므로 장애물이 아닌 지표면으로부터 150m의 고도를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비행승인고도 이탈 우려가 있다는 항공청의 지적은 잘못된 해석이라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제주지방항공청은 또 “해당 사업자는 운항 중 발생할 수 있는 화재발생 및 돌풍 등 비상상황 발생 시 회사 자체 내 우발계획이 수립돼 있지 않고 사고 시 대형인명 피해 및 사회적 파장 등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보다 높은 안전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회신했다.

그러나 김씨는 사업승인요청서를 제출할 당시 화재 발생 및 비정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등에 대비한 운영매뉴얼도 함께 제출한 상황.

김씨는 “국내에서는 운영매뉴얼을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보다 높은 안전기준을 적용하기 위해 장비 제작업체인 영국 카메론 벌룬즈의 규정집과 안전하게 비행을 운영 중인 외국의 매뉴얼을 사용해 제출했다”며 “첨부내용을 제대로 읽지 않고 판단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뿐만 아니라 제주지방항공청은 “지난 8월13일 시범비행 중 기상으로 인한 인근 도로상 비상착륙으로 차량과의 충돌 위험이 있어 항의 민원이 접수됐다”고 말했지만 이 역시도 일부 사실과 다르다.

당시 기상상태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열기구 역시 정상적으로 착륙했기 때문에 ‘비상착륙’이라는 말은 틀린 표현이다. 접수된 민원은 열기구 운행을 보조하는 장비운송차량이 도로에서 일정 시간 정차하면서 제기된 것이었다.

이에 대해 김씨는 “타당한 근거로 문제점을 지적했으면 받아들일 수 있었을 텐데 터무니없이 트집만 잡으니 당황스럽다”며 “혹여 담당자들이 나중에 책임을 지게 될까봐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업이 무산되자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역시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관계자는 “지금까지 사업화를 위해 멘토링 지원을 해드렸는데 규제 때문에 막힌 걸 보니 안타깝다”며 “항공법상에 문제가 있었다면 애초에 시범운행부터 허가를 내주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해당 관계자는 이어 “사업 승인 조건에 포함된 보험 항목을 충족한 것으로 아는데 보험사에서 보험을 가입시켜줬다는 건 1차적으로 검증이 된 것 아니겠느냐”며 “많은 진전이 있는 상황에서 진행이 막혀 안타깝다. 빨리 해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재검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제주지방항공청 담당자는 “돈을 받고 사람을 태워서 인명사고가 나면 허가해준 관청도 마찬가지고 사업자도 대미지를 입게 된다”며 “고정된 착륙장소를 만들면 재검토를 할 의향은 있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허가를 내주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열기구 특성상 정확히 고정된 지점으로만 착륙을 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어서 사실상 재검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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