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미미 ‘빛 좋은 개살구’
체류시간 확대·출입국심사 간소화 등 방안 필요

19일 제주 크루즈관광객 100만 명 돌파를 하루 앞두고 있지만 크루즈관광으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미미해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제크루즈선으로 제주에 온 관광객은 18일 기준 98만8750명(크루즈 입항 406회)이다. 앞으로 예정된 일정(19~20일 3회)대로 크루즈들이 제주항에 입항하면 20일 크루즈관광객은 100만 명을 돌파하게 된다.

2004년 국제크루즈선이 제주에 처음 닻을 내렸을 당시에는 관광객이 753명(2회)에 불과했지만 10년만인 2014년 59만400명(242회)으로 급성장한데 이어 2년 만에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이에 도와 제주관광공사는 20일 크루즈관광객 100만 명 시대 개막을 선언하고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미미한 상황에서 양적 성장만 가지고는 마냥 환영만 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크루즈관광객 수 느는데 도민 수익은 제자리 걸음”
 

“크루즈관광객 100만 명이 오면 뭐하나요. 우리 수익은 갈수록 떨어지는데….”

19일 오전 7시 제주시 건입동 제주항여객국제터미널에 입항한 스카이 씨 골든 에라호(몰타 선적, 7만2458t)의 중국인 관광객들을 기다리던 전세버스 운전기사 장모씨(56)는 이 같이 말했다.

15년간 관광운수업에 종사했다는 장씨는 내일(20일)이면 국제크루즈선을 타고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이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는다는 소식을 듣고도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듯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장씨는 “크루즈관광객들의 대부분의 중국인인데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도민들에게 플러스되는 건 없다”며 “중국계 여행사에서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식당과 면세점, 무료 관광지만 데려가는데 도민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과연 있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장씨는 이어 “덤핑관광으로 인해 오는 사람들은 늘고 있지만 버스비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대로고 기름 값은 오르고 있다. 일은 더 힘들어지는데 수익은 떨어지고 있다”며 “관광객이 늘면서 이익을 보는 주체가 도민이어야 하는데 중국인들 배만 불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올해 예상 관광객이 1500만 명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700만 명이었을 때가 벌이가 더 좋았다”며 “양적성장에만 치중해 100만 명이 더 왔다고 좋아할 게 아니라 도민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데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곁에 있던 운전기사 문모씨(50) 역시 “하루에 몇 천 명이 들어온다고 해도 다 쓸 데 없다”면서 “크루즈 초창기에는 수익이 있었지만 그동안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는 운항 횟수가 늘어도 중국계 여행사와 면세점만 배부르다”고 지적했다.

문씨는 이어 “덤핑관광 단속을 강화하고 관광객 총량제를 실시하겠다는 얘기가 있던데 제발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며 “기록적인 숫자가 아닌 도민들의 삶의 질에 신경써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1시간쯤 뒤 중국인 1700여명이 바깥으로 나오자 장씨와 문씨는 일부 무리를 각자 차량에 나눠 태우고 떠났다. 관광시간은 총 5시간으로, 무료 관광지인 용두암을 들렀다 면세점을 거쳐 다시 제주항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 체류시간 확대·출입국심사시간 축소 등 필요
 

이처럼 크루즈관광은 대부분 중국계 여행사들이 전담해 입장료가 없는 제주시 내 관광 명소 한 곳과 수수료 이득을 취할 수 있는 면세점을 들르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제주관광공사가 지난해 제주 방문 크루즈관광객 1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크루즈관광객의 92.2%가 중국인으로, 이들이 주로 방문하는 곳은 쇼핑시설이 41.5%로 가장 많았다.

쇼핑장소는 신라면세점이 39.2%, 롯데면세점이 31.4%인데 반해 토산품 판매점이 7.8%, 시내상점가가 6.6%, 전통시장이 4.1%에 그쳐 실제 지역경제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평균 체류시간은 5.94시간으로 2014년 7.12시간을 기록한 것보다 17%나 감소해 제주를 둘러보는 시간은 점차 짧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는 최소 8시간 이상 체류하는 크루즈들만 받겠다는 가이드라인을 마련, 2017년 선석배정은 이미 이뤄졌기 때문에 2018년 입항 크루즈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제주에서 생산한 식재료를 선식재료로 쓰거나 지역상권 이용실적이 높은 크루즈에 대해서도 선석 우선권을 주는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제주크루즈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의근 제주국제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 체류기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현재 2~3시간이나 걸리는 출입국 절차(CIQ) 시간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며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크루즈 원 패스 카드’가 빨리 정착되면 그만큼 시간을 늘려 지역경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제 개별관광객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는데 이들을 맞이할 수 있는 항만 인근의 수용태세를 조속히 갖추는 게 필요하다”며 “지금은 항만이 일반 부두처럼 다뤄지고 있는데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국제공항 못지않은 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2017년 중순에는 서귀포시 강정 민군복합항의 국제크루즈터미널이 완공되면서 크루즈 관광객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7월 도가 크루즈 선사들로부터 내년 기항 배정 신청을 받아 일정을 조율한 결과에 따르면 150만 명(747회)이 입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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